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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Oct 08. 2018

가을을 알리는 나무

껀터엔 가을이 없다. 그러나 가을을 느끼게 하는 나무가 있다. 터미날리아 카타파(Terminalia catappa)라는 나무다. 잎이 떨어지기 전에 붉게 물들기 때문이다. 나뭇잎은 9월 들어서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붉게 물들며 떨어진다. 영락없는 붉은 단풍이다. 그냥 떨어지는 누리끼리한 낙엽이 아니다.

There is no autumn in Can Tho. But there is a tree that makes you feel autumn. The tree is called the "Terminalia catappa." This is because the leaves turn red before they fall. Leaves fall red from the beginning of September until January of next year. They look completely a red maple. It is not just a falling leaf. 


단풍처럼 붉게 물든 열대 아몬드 나무( Terminalia catappa with the red leaves to turn red)

다른 나무들은 나뭇잎들이 떨어질 때도 붉게 물들지 않는다. 그래서 껀터 뿐만 아니라 열대지역에서는 단풍은 고사하고 붉게 물든 나뭇잎조차 보기 쉽지 않다. 3년간 해발 2,200m의 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서 살면서도 단풍구경은 물론 울긋불긋한 나뭇잎을 보기 어려웠다. 그저 생을 마감하는 초라한 낙엽으로 비에 젖어 밟힐 뿐이었다. 


껀터의 가로수는 길에 따라 다르다. 야자수길, 아카시아나무길, 빵나무길... 등 다양한 가로수(街路樹) 길이 있다. 가을을 알리는 나무(영명 Tropical almond, Idian a., Country a,, Sea a., 등)인 열대 아몬드 길은 껀터의 빈 컴 플라자 로터리에서 오먼 짠옥 공업단지 입구까지의 도로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재래시장 가는 길의 군데군데와 빅토리아 리조트 바로 옆길에도 열대 아몬드 나무가 있다.


왼쪽부터: 꽃, 덜 익은 열매, 익어 떨어진 열매(From left: Flower, Less ripe fruit, Ripe fruits fallen)


왜 열대지역에는 단풍이 없는가?

단풍은 식물이 겨울을 나기 위한 몸부림의 산물이다. 밤 온도가 10℃이하로 떨어지면 가을이 왔다 생각하고 월동준비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엽록소가 파괴되어 없어지고 대신 보조 색소였던 카로티노이드 계 색소가 나타나 나뭇잎은 노랗게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토시아닌 계 색소가 만들어져 붉은 단풍을 만든다. 그러나 기온이 낮 5℃, 밤 영하로 내려가면 나무는 뿌리가 수분 흡수하는 것을 완전히 멈추고 이때쯤이면 나뭇잎도 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데 열대지방에서는 낮 온도가 10℃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식물이 월동하기 위해 고생 할 필요가 없다. 열대지방에 단풍이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열대 아몬드 나무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여 껀터 연인들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이 나무는 건기에 낙엽이 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11월에서 다음해 5월 초까지를 껀터의 건기로 보면 9월부터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낙엽이 지는 것과 거의 일치가 된다.


이 나무가 건기에 잎을 떨구고, 낙엽이 지기 전에 잎이 붉게 물드는 것은 단풍과 같이 온도(겨울나기) 때문이 아니라 수분(건기 견디기) 때문이다. 수분이 적은 메마른 건기에 잎을 떨구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건기가 찾아오면 이들 나무는 나뭇잎에 수분과 양분 공급을 멈추게 되고 그러면 잎의 엽록소가 파괴되는 반면에 잎에 들어 있는 violaxanthin, lutein, and zeaxanthin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 붉은색, 주홍색, 황갈색 등으로 변한다.


다행이다. 이 나무가 있어 껀터에서 그나마 가을 기분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를 보면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껀터 공항 가는 ‘야자수 길’보다 가끔 좁고 오래된 ‘열매 아몬드 나무길’로 출퇴근을 한다.

Thank God. It is there is this tree, and it is possible to feel autumn at least in Can Tho. If you look at the tree whose leaves are turning red, it seems that autumn is coming, even its coming sound being heard. Therefore, I sometimes am used to commute at the narrower, old road with these trees along the road than the palm tree road to Can Tho Airport.


단풍이 없는 열대 지역에서 열대 아몬드 나무는 무더운 여름의 청량제 같다. 그리고 단풍을 볼 수 없는 껀터 연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거나 위로해줄지 모른다.

In tropical areas without maple, the tropical almond trees are refreshing like a hot summer softener. And they may make it throb or comfort, the heart of the lovers in Can Tho who can't see maples.

   

필자 주

1. Terminalia catappa는 누구나 쉽게 부르고 기억하기 좋은 ‘열대 아몬드“로 부르고 싶다. 그래서 이들 나무가 가로수인 길을 ”열대 아몬드 길”로 불렀다.

2. 10월 5일과 6일 붕타우(Vung Tau) CS Wind 공장을 견학하고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였다. 모처럼 낮은 산이지만 등산도 했다. 그런데 그곳의 열대 아몬드 나무는 아직 잎이 붉게 물들지 않았다. 

3. 열대 아몬드 나무 외에  Barringtonia acutangula라는 나무도 잎 일부가 붉게 물들어 떨어지나 전체 나뭇잎이 물드는 것은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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