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Oct 15. 2018

베트남인은 오토바이를 거실에 둔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성인은 웬만하면 오토바이 1대는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오토바이를 1층 맨 앞에 있는 거실에 둔다. 오토바이를 TV와 장식장 등과 함께 놓아두는 꼴이다. 

Vietnam is a motorcycle paradise. Most of Adults have a motorcycle. Returning home in the evening, they put a motorcycle in the living room of the first floor. They keep motorcycles together with TV and furniture.

오토바이 한 대는 물론이지만 여러 대가 거실에 있기도 하다. 대가족이 한 집에서 사는 가정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거실과 오토바이(Motorcycles and the living room)

이해가 잘 안될 테지만 사실이다. 길가다 보면 거실에 주차한 오토바이 옆에 앉아서 식사도 하고 TV도 보는 집이 많다. 심지어 승용차까지 거실에 주차하기도 한다. 웬만큼 잘 사는 사람이 아니면 집에 마당이 없고 주차장이 없기 때문이다. 


냄새가 안 나냐고? 나지만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베트남인의 입장에서 보면 오토바이는 손발이나 다름없는 생필품이다. 그런데 소득수준에 비하면 오토바이는 비싼 편이기에 냄새가 조금 나도 도난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외의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 그런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샤워하듯이 깨끗이 닦는다. 거리엔 오토바이 세차장이 있고, 돌아다니다 보면 세제를 사용하여 오토바이를 깨끗이 닦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거실에 두느니 안타면 될 것 아닌가? 왜 유독 껀터인만 그렇게 많이 오토바이를 타는가?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았고 도로사정이 걷기에 어려워 오토바이가 없으면 앉은뱅이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출퇴근은 말할 것도 없고 모임참석이나 심지어 장보기도 어렵다. 그들은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나도 길을 모르던 처음엔 돈을 주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다녔다. 그런데 다녀보니 그리 먼 거리가 아니고(약 2km), 시장에서는 오토바이 잡기가 무척 어려워 요즘은 운동하는 셈 치고 걸어 다니며 장보기를 하고 있다. 산 물건을 손에 들고 길을 걸어가면 다들 나를 불쌍히 보는 눈치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현지 사람이 시장을 보아 물건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현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껀터의 대중교통사정 등을 조금 자세히 보면 이렇다.


지하철이나 전철이 없다. 

시내버스는 운행한다. 그러나 운행간격이 1시간정도로 뜸하고, 그나마 시간도 잘 지키지 않는다. 버스노선이 대로(大路) 중심으로 짜여 있어 버스정류장에서 직장. 집까지의 거리가 멀다. 뿐만 아니라 인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 교통신호체계가 복잡하며 육교가 없어 걷거나 횡단보도 건너는 데 큰 위험이 따른다. 


택시는 소득에 비하여 요금이 비싸서 일반서민이 돈 걱정 없이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요금은 택시 크기, 거리, 회사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껀터의 경우 km당 8,000~15,000동(약400~750원)이다. 

자동차는 비싸서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많은 껀터인의 소원 중 하나가 자가용을 갖는 것이다.


날씨도 껀터인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데 한몫한다. 연중 섭씨 30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무더위에다가 우기에는 비가 거의 매일 오기에 습하기도 하여 낮에 걸어 다니기가 어렵다. 그런데다 껀터 아가씨들은 살갗이 검게 타는 것을 엄청 싫어해 밖에 나갈 때는 치마, 장갑, 긴팔 옷, 마스크 등으로 햇볕을 가린다. 이러고는 도저히 걸어 다닐 수 없다. 


오토바이가 있는 거실과 그 앞 아이들

이처럼 대중교통인프라가 미비하고 걷기에 열악한 환경에서는 오토바이를 당해낼 교통수단이 아직은 없다.


베트남인은 살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타는 셈이다. 베트남인에게 있어서 오토바이는 자기의 분신이나 식구와 같은 존재다. 집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오토바이 없이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베트남이다. 그러기에 오토바이를 거실 장식장 옆에 두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하다. 

Vietnamese seem riding a motorcycle to live. For a Vietnamese, a motorcycle is like his part or a member of family. Vietnam is a country that may live without a house but is hard to live without a motorcycle. So it is not strange to place a motorcycle in the living room. Rather, it is strange to think of it as strange.


물론 세월이 흘러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하고 도로와 주택구조가 바꾸어지는 날이 오면 오토바이는 거실을 떠나 제 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Of course, as the years go by, when roads and house-structure change with the development of public transportation, motorcycles leave the living room and will find their place. I wait for such a day to come.            

작가의 이전글 가을을 알리는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