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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Dec 10. 2018

개구리는 열대에선 여름잠을 잔다

겨울잠 하면 개구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겨울이 없는 열대지역 개구리는 겨울잠 대신 여름잠(Aestivation 또는 Estivation)을 잔다. 몇 개월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乾期)를 버터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러다 비가 오는 우기가 찾아오면 잠에서 깨어나 신나게 울어댄다. 한국의 여름철 매미 울음소리보다 더 요란스럽다.

When it comes to hibernation, the frog comes up first. Strangely, however, frogs in the tropical regions where there is no winter, have aestivation instead of hibernation. Frogs take aestivation to survive the dry and hot season not to rain for several months. Then, when the rainy season comes, frogs wake up and cry with excitement. It is louder than the crying of cicadas in the summer of Korea.


온대 지역에서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는 것은 먹이가 충분하지 않은 영하의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개구리는 육지와 물 양쪽에서 다 살 수 있는 양서류(兩棲類, amphibian)다. 하지만 개구리는 체온조절능력이 낮고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한 상태에서는 생활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겨울이 없는 열대지역 개구리는 몇 개월 비가 오지 않는 고온 건조한 건기에 여름잠을 잔다. 개구리 여름잠은 30도를 넘는 고온의 메마른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수단이자 오랜 기간 터득한 생존지혜다.  


퇴근하면 운동 삼아 아파트 주변을 산책한다. 우기(雨期) 중 9~10월에는 해가 지니 개구리가 울어댔다. 울음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천지가 시끄러웠다. 오토바이 소리까지 빨아들였다. 어둡고 습하며 풀들이 우거진 상태라 안으로 들어가 개구리를 잘 볼 수는 없지만, 울음소리는 다양했다. 여러 종류의 개구리가 같이 살고 있다는 증거다. 


껀터 시장(식당) 개구리(왼쪽), 빈롱 시장에서 파는 개구리(중), 빈롱 시장 개구리 손질하는 모습(오른쪽)


껀터를 포함한 메콩 델타지역 재래시장에 가면 개구리를 살 수 있다. 개구리고기 음식은 식당에서도 판다. 원하면 얼마든지 시켜 먹을 수 있다. 나도 개구리다리 튀김 등의 요리를 먹었다. 그때마다 어린 시절에 직접 개구리를 잡아 껍질을 벗긴 뒷다리를 삶거나 구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이것은 소중한 보양식이었다. 중국연길 백산호텔(?) 식당에서는 개구리를 통째로 삶아 무친 요리를 먹기도 했다. 뒤집어져 있는 모습이 만세 하는 것 같아 만세 탕이라 부르며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개발붐을 타고 개구리가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아파트 주변 여기저기에 집과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물들이 지어지는 면적만큼 개구리 삶의 터전이 줄어드는 셈이다. 가끔은 집을 잃어가는 개구리 처지가 안쓰럽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엉뚱한 걱정을 하기 도 한다. 


 내 아파트 주변의 요란한 개구리 울음(The clamor of frogs around my apartment, Can Tho, Vietnam)


생물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진화는 생물 종(種)이 지구상에 살아남아 대를 이어 종족을 보존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개구리 역시 이런 생물종 차원의 진화를 통해 어린 올챙이 시절에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다가, 커서 개구리가 되면 허파와 피부로 호흡을 하여 육지에서 살고 있다. 


종의 진화뿐만 아니라 개구리는 환경적응능력도 대단하다. 추운 지역에서는 겨울잠을, 덥고 메마른 지역에서는 여름잠을 자며 살아남을 줄 안다. 얼마나 강하고 슬기로운 환경적응력인가! 옷도 안 입고, 냉난방도 하지 않고, 물을 끌어오지 않고도 그들이 있는 야생의 여건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존능력이 놀랍지 않은가? 그러기에 인간의 개발로 살 수 있는 공간은 다소 줄어들지라도 개구리는 어쩜 인류보다 오래도록 지구상에 살아남을지 모른다.

In addition to the evolution of species, frogs have great ability to adapt to the environment. They can survive by hibernating in cold areas and by aestivation  in hot and dry regions. How strong and intelligent their adaptability to the environment is! Isn't it surprising that they survive in the wild conditions without wearing clothes, without heating and cooling, without drawing water? So, although the space for frogs to live is somewhat reduced by human's development, frogs may survive on earth for longer than hu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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