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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an 21. 2019

껀터에서 본 인상적인 결혼기념사진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하는 무렵이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 때의 자신들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I think one of the most important things in our life is marriage.  And at the time of marriage, humans may be the most beautiful and happy. That's why everybody wants to keep photos of themselves when they are married.    


하우강가에서 야외 웨딩촬영을 하는 예비 신랑 신부

결혼사진 가운데서도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찍는 사진이 당연 으뜸이다. 잘 꾸며진 실내갤러리 또는 아름답고 추억이 될 만한 야외에서 모두가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맘먹고 멋 부리며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모두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때만 같기를 바란다.    

베트남 껀터의 신혼부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빅토리아 리조트에서 호치민 동상이 있는 여행자 거리와 보행자 다리, 하우강가 등에서 야외 웨딩촬영을 많이 한다. 다들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결혼식 전 야외 웨딩촬영을 많이 보았는데 빠지지 않고 찍는 모습이 키스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경험이 적어서인지 아니면 새침을 떠는 것인지는 몰라도 천진난만하기도 하고 수줍은 모습이다.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웃음도 나오고 재미도 있다. 특히 사진사와 보조자의 말에 따라 키스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찍을 때는 더욱 그렇다.     


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오후였다. 다른 주말과 같이 하우강(메콩강)가를 산책했다. 역시 결혼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결혼을 앞둔 연인과 카메라맨들이 분주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왔다. 모두들 허름한 움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이 거기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나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야외 촬영을 하는 곳의 허름한 집


세상은 어둠과 소낙비, 비오는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진 찍을 엄두조차 안 났다. 결혼 기념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이 처량해 보였다. 

‘비가 1시간만 늦게 왔어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데 안됐다.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없다니 저 연인들은 얼마나 절망할까?’   

 

그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이때였다. 사진촬영보조자들이 집 안의 벽을 따라 무엇인가로 장식을 했다. 벽은 나무판자를 엉성하게 붙여 만들어서 비와 바람이 들어왔다. 어느 정도 장식을 하고 난 뒤였다. 불이 켜지며 집 안이 조금 환해졌다. 자세히 보니 장식품은 꼬마전구가 달린 줄이었다.    


예비 신랑신부는 사진사와 보조자들의 말에 따라 포즈를 취하며 그것을 걸어놓은 벽을 배경삼기도 하고, 몸에 두르기도 하고, 손 안에 담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들 옷은 평상복이었다. 웨딩드레스도 입지 않고, 나비넥타이도 매지 않은 일상 그대로 모습이었다.    


꼬마 전구에 의지하여 어둠 속에서 찍은 결혼기념사진


나는 양해를 구하고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 뒤 바로 Zalo(한국 카카오 톡과 비슷함) 친구신청을 해서 내가 찍은 사진을 그들에게 보내주었다. 그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태어나서 나는 결혼기념사진을 이렇게 찍는 것을 처음 보았고, 내가 직접 찍은 것도 처음이다.  


남들과 똑 같지 않은 그들의 결혼기념사진이 특별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 더욱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것은 신랑신부의 태도였다. 그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안 했다. 누구도 원망 하지 않았고,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다정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그들만의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결혼기념사진을 만들어갔다.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Their wedding photos, which were not the same as others, were special, but what was more impressive and touching was the attitude of the bride and groom. They didn't complain a word. They did not blamed anyone. And there was no sign of disappointment at them. Rather, they made their own special and beautiful wedding photos with a more affectionate and loving look. I sincerely congratulate their marriage and wish to live happily.

    

내가 그들의 처지가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들처럼 하지 못했을 것 같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What if I were in their shoes? I felt ashamed of myself for not being able to do it lik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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