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 백업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by 차나

아빠는 내 백업

든든하고 언제든 나에게 돌아갈 품 안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많은 힘이 된다.

자랑이 된다.


어릴 적 나는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를 틀리면 그 한 문제에 모질게 매를 맞고

밤새도록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수두룩하게 숙제로 내주는 아빠덕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일 때부터 밤잠도 자지 못할 때가 있었다.


내 키보다 몇 배는 커다란 그림자

부드럽지 않은 차갑고 큰 손은 늘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일까

내 아이에게만큼은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길 남편이자 짝꿍에게 부탁했다.

임신 후 아이를 낳기 전 남편에게 말했다.

단호하게.


무서운 건 내가.

당신은 늘 들어주고 좋은 친구가 되어 줘.

절대 매질은 안돼!

훈육은 내가 하고,

아이가 커서 사춘기가 올 무렵의 반항기가 오면 그땐 함께 지혜를 모으자.


남편이자 짝꿍이자 우리 아이의 아빠인 그는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켜내었다.

지금도 간혹


나 잘했지? 당신이 얘기했던 것.

아이의 찐친으로 나 괜찮지?


인정

하지만 찐친인지는 아이한테 들어야 알지?


열여덟이 된 아이는 늘 말한다.


아빠엄마랑 얘기하고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아빠는 나랑 제일 친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우리 집 부럽다는 애들 많다며...

친구들에게 언제든


나 엄마 아빠랑 어디 갈 거야.

나 엄마 아빠랑 어디 왔는데?


우리가 자랑이고

우리가 좋아 다음 생에 또 아빠엄마 아들이고 싶다는 낭랑 열여덟세

아빠엄마도 꼭 너를 만나러 다시 만나야겠네?

다음 생엔 내가 남편으로

다음 생엔 남편이 늘씬하고 예쁜 아내로 만나

또 우리 아이와 만나자며 큰소리로 웃음소리를 내어본다.


내 백업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남편과 내 아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왜 이리 한쪽 가슴은 시린 걸까

여린 꽃잎 같던 시기 서늘한 공기를 많이 마셔 그런가 보다.


그래서 늘 따스한 공기로 가득한 지금

우리 집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신다.

그렇게 내 백업들로 가득 찬 이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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