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선택권 존중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사업을 시작했어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지
커다란 수박 한 통을 품은 듯한 커다래진 배를 안고
퉁퉁 부어오르는 코끼리 발을 주무르며
밤 11시 넘어서까지 주간회의. 월간회의 자료를 정리하며
무엇 때문인지도 모를 열심 인 직장인이었었어
아이가 태어나고
참 수많은 상황들이 바뀌었어
나만 알고
나만 생각하고 결정하던 내 주관이
내 팔뚝만 한 요 작은 아이를 우선으로 바뀌더라고
정말 신기하지?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 대단한 것 같아.
누워서 꼬물거리고
자기 팔다리도 맘대로 휘적이지 못하던
이 작고 소중한 아이가 조금씩 자라
종알종알 어찌나 말도 잘하고
정직한 눈. 정직한 대답으로
부모인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지.
이 작고 소중한 아이의 눈 깜짝할 새를 못 보게 될까 봐
빛의 찰나 같은 이 순간들을 못 보면 너무 속상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아이의 아빠이자 나의 짝꿍인 남편과 상의하고
육아휴직 후에 퇴사를 결심했어.
그렇게 아이의 매일매일을 함께 할 수 있던 건
내 오랜 삶 중에 가장 빛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
세 살 무렵의 에피소드가 생각나 적어보려 해.
삼복더위 한여름 태어난 아이의 생일
아빠의 퇴근 후
장난감 선물을 해주기 위해 마트 장난감 코너를 함께 간 우리는 요 꼬맹이를 앞세우고
어른인 우리가 너를 위해 지갑을 열어 얼마든지 네가 원하는 건 사줄 수 있음을 의기양양해하며
골라보라 했지.
네가 선택하는 건 뭐든 사줄 테야.
라는 눈빛으로
아이는 신중했고 제법 오랜 시간을 장난감 코너의 진열장들을 오며 가며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았어
90센티도 안 되는 이 작은 아이가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들어도 어디까지 보일까
싶은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장난감들을 살피고 있었어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아마도 저녁도 먹어야 하고 케이크도 먹이고 싶던
부모인 우린 아이의 선택을 넘어 우리의 선택을 보여주기 시작했어.
무엇이 그리 늘 바쁘고 조급한 걸까?
이건 어때? 이건?
와~이건 ㅇㅇ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은데?
아이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우릴 향해 조금은 실망한 듯한 말투로 한마디 내뱉더라
그럴 거면 엄마 아빠가 사 오지
왜 나랑 와서 고르라고 해요?
엄마 아빠가 그냥 사 오지
순간 쿵 하고 커다란 거인의 주먹이 내려와
나와 남편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는 것 같았어.
실망한 눈빛과 서운한 말투
그때부터였을까?
아이에게 무언가를 사주게 되었을 때.
아이가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할 때.
우린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아이가 충분히 보고 고르고 본인의 선택에 만족할 수 있도록
그 시간을 충분히 탐닉할 수 있도록 재촉하지도
아이의 그 시간에 끼어들어 방해하지 않았어.
그 시간만큼은 어떤 상상회로를 돌리며
어떤 선택을 하던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손에 쥐게 되고 품에 안아 들던 그 장난감의 소중함
계산을 완료하고 온전히 자신의 것에 대한 소유
그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랐거든
아이는 나를 선택하여 내게 온 것이 아니기에
아이를 키울 때
사랑은 무조건이지만 책임과 의무 또한 함께 따라와.
하지만 어린아이라고 하여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야
아이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느라 애쓰겠어
그 시간 또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
부모가 처음인 우리도 아이를 통해 배우며
아이가 자라는 키만큼
부모인 우리의 마음도 자라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