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행복수집러 Nov 23. 2021

이모의 크리스마스 선물


오랜만에 나 홀로 조용한 카페에 왔다.

아직 12월이 되지 않았는데 카페 내에는 이른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온다.     

'벌써 크리스마스인가?'     


크리스마스라니 문득 6살 조카와의 추억이 생각난다.     


"예은아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거 알아?"

"응. 유치원에서 착한 일 많이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준다고 그래서 나 착한 일도 마~니 했어."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에게 이쁨 받고 싶어서 착한 일도 많이 했다니.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거리며 신이 난 조카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이쁜 조카에게는 선물을 사주는 것이 인지상정.

조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뻐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레 온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

조카가 자는지 확인한다. 세상모르고 새근새근 자는 조카를 보니 천사가 따로 없다. 미리 준비한 선물을 조심스레 아이의 머리맡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선물을 내려놓고 방문을 나서는 순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실감 나게 산타할아버지 발자국도 남겨 놓자'


즉시 신발장에 있는 내 신발을 가져와 아이가 잠든 방에 조심조심 발자국을 새겨 놓는다.     

'꺅~!! 나 천잰가 봐.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다음 날 아침

조카 방에서 "와~!! 선물이다." 하며 기뻐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찍어 놓은 발자국을 보면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온 줄 알겠지?'


내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모~! 이모~!"


다다다 다다

아이는 얼굴에 홍조를 띠며 내가 있는 거실로 뛰어온다.

두 손에는 내가 준 선물을 들고.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양 내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이모어제 술 먹었어?"     



"응?" 웬 술??

"이모 신발 신고 방에 들어오면 안 돼. 엄마한텐 비밀로 할게."     

음...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예은아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이제 진짜 술 끊어야겠다.' ㅠㅠ     



★ 이야기는 픽션으로 특정 인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라서 결국 끊지는 못했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젊은 사장이 고생을 덜 했구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