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을 읽고

by 미세행복수집러

아들의 책상 앞에 있는 책에 눈길이 갑니다.

책의 이름은 『샬롯의 거미줄』. 책 표지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권장 도서’라고 되어 있지만 어른인 제가 봐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며 나의 친구들과 가족의 의미, 특히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회색 거미 샬롯은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알주머니’가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말합니다. ‘필생의 역작’은 내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저 역시 가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아이들이니까요.


그리고 소심하고 여린 돼지 윌버가 샬롯의 도움으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대단하고, 근사하며, 눈부신 돼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돼지가 노력하고 그렇게 되었듯이. 저 자신도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하지는 않지만, 꽤 괜찮은 아빠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랑스러운 세상에서 나와 내 주변의 따뜻한 광경과 소리와 냄새를 모두 즐기며 소중한 나날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의 말


『샬롯의 거미줄』은 미국에서 1952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어린이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출간 당시 미국 문화예술아카데미협회에서 수여하는 문학 비평 금메달과 뉴베리 아너 상을 받은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1973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200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시공사에서 1996년 정식 한국어판을 번역 소개하고, 그 후 2000년 12월 10일 시공주니어에서 개정판을 내었습니다.


『샬롯의 거미줄』은 감성이 풍부한 돼지 윌버와 영리한 회색 거미 샬롯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간의 우정을 통해 생명 존중을 이야기합니다. 작품 전만에 스민 부드러운 유머와 어린이다운 순수함, 오밀조밀한 자연 세계 묘사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또한 어린이가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주인공과 공경에 처한 주인공을 어머니처럼 자상하게 돌봐 주는 인물, 너무 악하지 않은 악한들, 마침내 주인공이 승리하는 이야기 구조가 매우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것만은 아닙니다. 『샬롯의 거미줄』이 이토록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기 돼지 윌버의 성장담에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연약한 무녀리 돼지 윌버는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하지만, 농장 주인 에러블 씨의 막내딸인 펀 덕분에 살아남습니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사랑스러운 소녀 펀은 윌버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마치 어린이가 어머니 곁을 떠나면 불안해하듯, 펀의 곁을 떠나 다른 농장에 팔려 간 윌버는 한동안 성장통을 겪습니다. 그때 윌버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가 생깁니다. 바로 영리한 거미, 샬롯입니다. 샬롯은 말합니다.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하루 종일 너를 지켜봤는데 네가 마음에 들었어.”


펀이 윌버에게 우유를 먹이며 돌봐 주었다면, 샬롯은 윌버를 지켜보며 대화를 시작합니다. 샬롯은 윌버가 죽음의 공포와 외로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윌버의 신뢰는 어머니 같은 펀으로부터 친구 같은 샬롯에게로 옮겨 갑니다. 이는 한 인간이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샬롯은 윌버를 ‘대단한 돼지’라고 묘사합니다. 사실 윌버는 대단한 돼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샬롯은 윌버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샬롯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윌버를 ‘눈부신 돼지’로 묘사하고, 규정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 부끄러워했던 윌버는 점차 그에 걸맞은 존재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윌버는 자신이 멋지고, 눈부신 돼지가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죽기 직전, 샬롯은 필생의 역작 두 가지를 남깁니다. 근사하고 눈부신 윌버를 ‘겸허한 돼지’로 만든 것, 자신의 알주머니를 짠 것입니다. 겸허함이야말로 근사하고 눈부신 존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윌버는 근사하고 눈부신 데다가, 겸허하기까지 한 돼지이지 샬롯의 새끼들을 돌보는 어머니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윌버는 완전한 주체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템플턴은 샬롯과 윌버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템플턴은 자기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으면 절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약삭빠른 쥐입니다. 그러나 악한 존재는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존재입니다.


『샬롯의 거미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 주는 축소판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말합니다. 훌륭한 멘토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인생에서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어른들이 스스로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한 생애를 훌륭하게 살아 낸 샬롯이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과 샬롯이 남긴 새끼 거미들이 새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삶과 죽음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합니다.


삶에는 때로 시련이 다가오고, 모험을 하거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때도 있지만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면 해 볼 만한 모험입니다. 바로 윌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원유순(동화작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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