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행복수집러 Sep 20. 2020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며

너의 길을 찾아 스스로 나아가렴!

"뒤 돌아보지 마, 앞을 보고 계속 달려"
"아빠한테 기대지 마. 계속해서 돌려야 돼"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어느 날.

춘천 외곽의 종합운동장 한편에서 박수와 함께 큰 함성이 울린다.


"와~! 아아아~~~! 잘한다~!!!!" 


이들이 무슨 청춘 스포츠 만화에 나올법한 불꽃 충만한 대화들을 하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가. 아빠와 초등학교 2, 4학년 아들 3 부자가  '두 발 자전거'를 길들이기 위해 타고,  잡고, 넘어지고, 뛰면서 청춘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이들 자전거 잡고 뛰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짜 구슬땀이 난다. 허리도 쑤시고 ㅎㅎ)


요 근래 아들들이 자신들도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싶다기에, 얼마 전 '네발 자전거'의 양 보조바퀴를 떼어 냈다. 그리고 오늘이 자전거 타기 연수를 실시한 지 3번째 되는 날이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 깔려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자전거 연습을 하다가, 넓은 아스팔트가 깔린 종합운동장에 와서 그런지 시작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큰 아들이 혼자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우리 아들 천재 아니야? 

 

1시간쯤 후에는 둘째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나의 도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한다.


두 아들 모두 처음에는 아빠와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로지 자신의 발로 앞으로 나아간다.

가는 길이 비뚤배뚤, 넘어지고 멈춰 서기를 반복하지만, 다시 일어나 자신의 힘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아들 힘들지? 아빠가 더 잡아 줄까?"

"아니요. 이제는 저 혼자서 해 볼게요."

머리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지만, 재미있다는 눈망울로 또박또박 말한다.

대견함과 동시에 가슴속에서 뭔가 좀 뭉클한 게 올라온다.


'아들. 이게 앞으로 우리들에게 일어날 일이겠지?'

지금은 우리 아들들이 아빠와 엄마의 보호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각자 자신의 소신대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아들. 오늘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 나누었던 일들이 너희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빠는 그랬으면 좋겠다.


뒤 돌아보지 마, 두렵지만 앞을 보고 계속 가렴
기대지 말고 네 스스로 너의 길을 찾아가. 너는 할 수 있어!!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학교만 들어가면 아빠랑 이야기도 잘 안 하려고 한다는데.. 내가 우리 아들들을 품속에 품고 함께 지낼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아빠 엄마는 너희가 둥지를 떠나는 날까지 너희를 사랑하고 지켜줄 거야. 아니 아빠 엄마가 죽는 날까지 사랑할거야.


아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말했지?

"엄마, 제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몰랐어요.  제가 자랑스러워요"

    


아빠 엄마도 계속 넘어지면서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난 아들이 자랑스러워.

앞으로도 계속 너 스스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도 항상 자랑스러운 아빠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지금처럼 너의 길을 찾아 스스로 나아가렴. 사랑해 아들~!!



2020. 9. 20.(일) 20:30

매거진의 이전글 18,000원의 소소한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