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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Jul 03. 2021

토요일 아침엔 모닝 소주

인생 뭐 있나?

"여보 순댓국 좀 사 와요"


토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떨어진 아내의 지령이다.

"가서 먹지 왜 사 오라고 그래?"

"코로나 때문에 위험해. 그리고 양 많이 달라고 그래~"


아내보다 힘도 약하고 말도 안 되는 나는 "네~"하면서 집 근처 순댓국 집에 가서 순대 3인분을 포장해 온다.


"와~ 순댓국이다"

양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오는 나를 아내가 반긴다.

"순댓국에 모닝 소주 먹어야지~"

"아침부터 소주?"

"어제 코로나 근무 서느라고 불금에 소주 못 먹었잖아? ㅋㅋ 나 창피해?"

"응 조금."


아차 싶은 나는 바로 말을 바꾼다.

"불금에 소주는 국룰이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네네"

 

토요일 아침에 소주에 순댓국을 먹어요



오늘 아침은 그댈 위해서 소주에 순댓국을 드리겠어요.
그대 가슴에 지워지지 않은 소주에 순댓국을 드리겠어요



굳이 소주에 순댓국을 드신다니 한잔 따라드리고 나도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소주 & 순댓국 사랑해요."

대단히 흡족해하시며 후루룹챱챱 맛나게도 드신다.

"자기 유튜브 먹방 하면 대박 날 거 같다."

너무 행복하게 먹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관상 경력 30년의 내가 보기에 가히 술 맛깔나게 먹는 유튜버의 왕이 될 상이다.


"여보 우리 뚝배기 사야겠네"

"갑자기 웬 뚝배기?"
"보글보글 끓이면 더 맛있을 것 같아"


조만간에 뚝배기가 택배로 올 것 같은 예감은 뭐지?



"우리 너무 잘 먹는 것 같지 않아?"

"우리 말고 너."

"아~ 너무 행복하다. 집에서 먹는 편안함도 있고

여보 건강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재미있게 사는 게 맞는 것 같아 그지?"


아침부터 소주를 드시더니 아내의 인생철학이 나오신다.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 만큼 행복의 수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부가 행복의 조건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행복의 조건일 수도 있다.

오늘 아내에게는 소주 한잔과 순댓국에서 나오는 평범한 일상이 찐행복이다.


나는 40이 훌쩍 넘은 지금도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린아이의 꿈이 매일매일 바뀌듯 나의 행복도 매일매일 바뀐다.

하지만 오늘의 행복은 소주 한잔과 순댓국, 그리고 아침부터 행복하다고 외치는 아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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