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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Mar 07. 2016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리 톨랜드 크리거 감독

바보같은 기대일지라도, 사랑.

BABY BABY
지금처럼만
아름다워 줄래 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
BABY BABY
넌 시들지 마 이기적인 날 위해
그 모습 그대로 넌
그대로 여야만 해
 - 빅뱅, BAE BAE 중에서

  영원히 스물아홉 살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언제든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수없이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 텐데. -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이 무모한 상상을 얼마나 수많은 여성들이, 수많은 남성들까지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아델라인은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작 아델라인은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정하고 초조한 모습이다. 그녀의 표정에는 쓸쓸함과 체념이 두덕두덕 묻어난다. 별난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실험 대상이 되고 말 운명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두려움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은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딸과 함께 할 때뿐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두렵다. 딸이 곧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서다.

 그런 아델라인의 곁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얼마 전부터 그녀를 지켜보며 마음에 담아왔던 남자다. 다행히도 그는 사랑 앞에서라면 모든 걸 쏟을 수 있는 순수한, 보통 이상의 남자다. 그의 마음은 굳세고, 단단하며, 강해서 자신으로부터 자꾸만 도망치려고 하는 용기 없는 연인을 끝없이 좇는다.(이런 남자 흔치 않다. 물론 여자도 그렇다.)

 서사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랑에의 힘을 믿고 싶어진다. 사랑의 힘이란 실은 참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기묘하면서도 불안하고, 신비스럽지만 고통스러운 것. 그것이 사랑이란 것의 속성이다. 혹자는 아주 바보 같은 결말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또 사랑타령이냐며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의 기대가 없는 자, 이 지구상에 없다.
  까닭 없이 신비스러운 세상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밤이 있다. 이 지구상의 어떤 것도 더 이상 위로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면, 리 톨랜드 크리거 감독의 2015년 신작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The Age of Adaline)과 함께 공허한 마음을 채워 보는 것은 어떨지.

제목, 본문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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