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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Oct 09. 2022

실론, 찻잎에 담긴 일상

All I want is some Tea

스리랑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나에겐 실론티 ‘Black Tea’ 었다.  영국 생활을 하며 다양한 향미의 실론티를 접하기도 했고, 기차를 타고 달리는 드넓게 펼쳐진 초록빛 차밭을 다큐멘터리에서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 스리랑카는 영국의 식민지와 자치 통제를 받았던 1972년까지 실론 (Cyelon)이라 불리다가 독립하여 1972 공화국 설립과 함께 현재의  스리랑카라는 국호로 개정했다. 실론이라는 이름은 역사적 아픔이지만 국가 주축 산업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다른 이름으로 브랜딩 된다.


스리랑카의 차 산업


현재 스리랑카   생산량의 90% 이상( 3 kg) 수출하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스리랑카  산업 전반은 국가에서 관리한다. Sri Lanka Tea Board 국내 생산되는 차의 품질, 수입 기관, 포장  전반을 관리하고 스리랑카의 차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는 매주 콜롬보에서 개최되는 정부에서 관할하는  경매장으로 보내져 등급평가, 테이스팅, 가격 책정 등이 이뤄진다.  과정을 통해 받은 티보드의 인증마크로 좋은 품질을 인정받을  있다.

스리랑카  티보드 인증 문양

열대기후 지역인 스리랑카에서 차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다양한 지역의 기후와 지형 특성 덕분이다. 덕분에 랑카에서는 일 년 내내 차를 생산할 수 있는데 차나무를 지배하는 지역은 저지대 (해발고도 600m 이하), 중지대(600m-1,200m), 고지대(1,200m 이상)로 지대별로 특화되어 있다.  랑카에서 가장 알려진 7개 산지는 해발고도 순으로 누워라 엘리야, 우다 푸셀라와, 우바, 담불라, 캔디, 루후나, 사바라 가무 와로 각 지대별로 생산되는 차가 다른 향과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식민시대 전 20세기 이전에는 차가 아닌 대규모 커피가 재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870년도에 커피 녹병이 퍼지면서 대용 작물로 재배한 차 재배가 성공하여 주력이 되었다. 1867년 스코틀랜드인이었던 제임스 테일러가 최초로 설립한 룰레콘데라 차농장을 필두로 여러 영국 기업가들이 투자를 하며 차 재배가 성업을 이룬다. 그중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팁톤 (Lipton)도 있다.


하푸탈레에 가면 거대한 립톤의 차 농장을 만날 수 있다. 해발 1,450m의 하푸탈레엔 차 농장이 많고 많지만 1890년 토마스 립톤 경이 설립한 다원과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차를 마셨다는 의자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도 험한 이 트래킹길을 당시 제대로 된 길도 없었을 시절 어찌 올랐을지 가늠이 안되지만 (마차를 타고 왔을까?) 신선이라도 된 듯 구름 속에서 켜켜이 경사진 언덕을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과연 립톤경은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어떤 영감을 받고 미래를 그렸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차밭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차를 채취하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도 만날 수 있다. 요즘은 손이 아닌 기계로 한다지만 경사진 차밭을 곡예하듯 다니며 허리가 휘어라 차를 따는 다니는 모습에 진한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식민시절 영국은 값싼 노동력을 위해 인도의 타밀 민족들을 이곳 중동부 지역으로 이주시켰는데 아직도 많은 타밀 사람들이 이곳에서 차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다. 차 산업은 스리랑카를 지탱하는 주력 사업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비주류 소수민족이라는 사실이 홍차의 뒷맛만큼이나 씁쓸하기도 하다.

랑카 그리고 차


스리랑카에서 차는 생활의 일부이다. 한국의 어느 거리에서도 커피숍을 발견할 수 있듯 어디에서도 차를 마실 수 있다. 슈퍼마켓에 가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차 컬렉션이 준비되어 있다. 차를 마시는 방법과 용도도 다양하다. 영국인처럼 그저 차를 우려내어 설탕과 스팀우유를 조금 부어 마시는 것이 아닌, 농축 밀도가 높게 만드는 밀크티를 즐겨 마신다. 그리고 민간요법처럼 면역을 증강시켜주는 차, 아플 때 마시는 허브차 등 일상생활에서 늘 차를 가까이한다.

치즈 아니고 티 만드는 과정

홍차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딜마, 믈제즈나 그리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바질 루르 등이 있다. 각 차 브랜드에서는 티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생산된 제품도 같이 판매한다. 한국 유명 백화점에도 들어와 있는 바질루르는 고급스러운 케이스부터  책 모양의 티북이 유명하다.  믈레즈나는 품질 좋은 홍차의 규격화와 고급스러운 빈티지 패키징으로 선물용으로 좋은데 청아한 향이 일품이다. 그래도 브런치 때 가장 자주 가게 되는 곳은 딜마의 T-rounge다. 직접 밀크티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도 있고 순수한 티 본연의 향을 가장 잘 살렸다고 해야 할까?


사실 커피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의식적으로 랑카에 있을 때 더 많이 좋은 차를 마셔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차의 생산지역이나 공정과정에 따라 맛이나 풍미가 달라서 주말 오후엔 공부하 듯 찬찬히 새로운 차를 도전 중이다. 개인적인 취향이 녹아들겠지만 가장 맛있는 브랜드의 차를 선별하여 한국에 선물로 들고 가볼 생각이다. 한국은 차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선물을 해도 충분히 즐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맛있게 차를 만들 수 있는 방법,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까지 함께 전달하면 랑카의 훌륭한 차를 좀 더 멋지게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리랑카 명예 홍보대사가 되는 그날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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