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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Jun 08. 2022

J'aime regarder les étoiles

Et vous? &&_*

지금 사는 아파트에는 Colombo 7의 명물 옥상 정원이 있다. 긴 통금으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할 때 그리고 퇴근 후 프랑스어 공부를 하다 지칠 때 바깥공기를 쐬는 나만의 작은 마당이다. 커피 한잔과 이북리더기가 함께라면 2-3시간이 뚝딱!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하는 사색도, 가만가만 걷는 산책도 좋지만 그중 가장 기다려지는 건 늦은 저녁 선배드에 누워 즐기는 밤하늘이다. 여느 노래 가사처럼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그저 가만히 바라만 봐도 감성이 충만하게 채워진다.

별을 기다리는 시간

문득 콜롬보에서도 직접 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천문대 Sri Lanka Planetarium가 운영 중임을 발견했다. 그래서 가보았다. 주말 오후 작은 호수를 머금은 콜롬보 대학 캠퍼스를 걸어 들어가다 보면 요새처럼 이곳을 지키는 신비스러운 건물이 나타난다. 무려 1965년에 독일의 지원으로 개관했는데 영국 리버풀 메트로폴리탄 대성당과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성당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졌고 건물 모양은 만개한 연꽃 문양을 상징한다고 한다.(연꽃이 아니라 Jackfruit 같은데..)

잠시 시위가 걷힌 캠퍼스는 초록초록
뾰쪽뾰족 가시관을 쓴 천문대

사실 직접 별을 볼 수 있는 관측소가 있을까? 가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아쉽게도 천체 망원경을 통한 관측은 학생들을 위한 야간관측 캠프, 이동 천문관 등 별도 프로그램으로만 가능했다. 대신 천문대에선 23m의 돔 모형의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로 가상의 별과 태양, 행성, 위성 등 다양한 우주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원래는 풀돔으로 영상을 관람할 수 있지만 스리랑카 전기 수급 문제로 돔의 절반만 상영하고 있었다. 천체 영상실은 이곳이 스리랑카 내 유일한 천문학 교육 공간이다 보니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반달처럼 가리워진 돔 스크린
전시실을 수놓은 별자리와 행성들

천체 영상실 외에도 천장 가득 별자리를 수놓은 작은 전시실과 우주 과학을 놀이를 통해 배워볼 수 있는 시설들이 건물 안팎에 아기자기 꾸며져 있다. 미래 우주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야 하지만 공간은 한정되어있고 영상 관람 등을 위해 전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 건물 관리자들은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으면 계속 전기 스위치를 소등한다. 가상 스크린으로 보는 우주 이야기에도 신이 잔뜩 나 들뜬 아이들을 보니 랑카가 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아람단이 탐구생활을 해야할 것만 같은 이 곳

요즘 오랜만에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꺼내어 차근히 읽고 있는데 그중  구절이 오늘 별과 함께  여정과  어울린다. 랑카를 인식하고 통찰하고 존경하는 법을 배워가는 감사한 오늘.

"우리 두 사람은 말하자면 해와 달이며, 바다와 육지란 말이야.  우리의 목표는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를 통찰하고 서로 존경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상반되는 것은 무엇이며 서로 보완할 것은 무엇인지 말이야." - 지와 사랑,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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