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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Oct 19. 2022

보름달이 나를 비추고

Poya Full Moon Day

스리랑카에는 특별한 휴일이 있다. 매월 보름달이 뜨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사하고도 귀한 포야 데이다. 매달 최소 하루는 공휴일이 있다는 말인데 생각해보면 포야 데이 덕분에 스리랑카 이곳저곳을 누빌 수 있었다.  포야는 싱할라어로 보름이라는 뜻으로 기원전 3세기 스리랑카에 불교가 처음 도입된 것을 기념한다고 한다. 매달 음력 보름 포야 데이에 스리랑카 국민의 대다수인 불교신자들은 흰 옷을 입고 불교 사원으로 향한다. 집과 절에는 색색의 등불이 밝혀지며 모두가 계율을 지키고 몸을 단정히 하는 의식을 치른다.

포야 날 스리랑카 국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내려놓고 절제한다.  평소에도 십계명과 같은 판실이라는 불교의 기본 계율을 지키지만 포야 데이엔 ‘높은 자리에 앉거나 눕지 않는다’, ‘가무를 즐기지 않는다’ (실제 포야 데이에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라는 3개의 계명이 더해진 아타 실을 지킨다. 불자들은 포야를 통해 그동안 계율을 어긴 게 있는지 확인하고 참회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생각한다. 그저 연휴를 선사하는 휴일로만 생각했는데 포야는 단순한 휴일이 아닌 자신을 내려놓는 고귀한 삶의 의식이었다.


일 년의 12번 찾아오는 포야 중 가장 큰 행사는 5월 베삭 그리고 7월 포손 포야로 전국 각지의 절과 마을에서 페라헤라라고 불리는 행사와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치러진다. 맨날 여행만 다니느라 포야를 포야답게 보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10 월엔 큰 행사는 없지만 집 근처에 있는 불교방송국에 방문해 보았다. 매일 아침 5시가 되면 이 절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피리소리를 잠을 깼던지라 어떤지 내적 친밀감이 있는 공간이랄까? 출퇴근 길에 수없이 지나쳤던 이곳을 포야를 핑계로 들어서 보았다.

평소에는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들이 없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화려하게 펄럭이는 불교기 아래로 이른 시간부터 흰 옷을 입은 신자들이 절 안을 가득 매우고 있다. 스님의 법문이 스피커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나무 아래 앉아서 말씀을 듣거나 보리수와 불탑에 기도를 드린다. 맨발로 다니는 것이 어색한 나는 천연 지압에 발 대딛는 것도 어려운데 나를 뺀 모두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정갈한 옷차림만큼이나 사람들에 손엔 가장 깨끗하고 고운 꽃이 들려있다. 그리고 경건히 참배하는 신앙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앞으로 두 번의 포야가 남았는데 여행길에도 포야의 의미를 함께 할 수 있도록 근처 절에 잠깐이라도 발걸음을 해야겠다. 고해성사를 하듯 한 달에 한 번은 자신을 신앙의 거울에 비춰 성찰하고 욕망을 절제하며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는 일.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신앙의 이름을 불문하고 온 마음을 다해 정진하고 오래도록 생활 속에 지켜가는 이 나라가 이토록 청정한고 따뜻한가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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