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le Sep 30. 2022

슬기로운 랑카 생활

Stay healthy and positive

해외생활을 하면서 아프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병원 갈 일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다. 스리랑카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비교적 의료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고 큰 병원도 많은 편이다. 의사 분들도 대부분 영국에서 수련을 받아 어느 정도 검증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뎅기열,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부터 더운 날씨로 인한 각종 질병들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 언제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잠시 점심시간을 내어 동네 병원을 다녀올 수 있지만 이곳은 모든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3차 병원이라도 가려면 예약부터 의사 선생님 잠깐 보는 데까지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이번에 방문한 ASIRI 병원은 스리랑카 전역의 지점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콜롬보에 있는 중앙병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매우 크다. 사실 사립병원이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부담하기에 비용이 다소 높아서 이렇게 많이 붐빌 줄 몰랐다.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이미 수많은 대기 줄로 예약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분명 팬데믹 때문에 내원할 때는 본인과 보호자 한 명만 대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안내받았는데 환자 한 명의 모든 가족이 총출동한 느낌이었다. 특히 진료차트가 전자 시스템이 아닌 의사 수기로 작성되고 간호사분들이 쓴 하얀 모자 때문에 옛날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역시 빠질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 꼬부랑꼬부랑 해석이 불가한 의사 필적을 찰떡같이 이해하는 간호사들이 신기할 따름.

사실 병원이라는 곳이 사람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홀로 외국인이라 조금 외로웠는데 병원 관계자 분들이 섬세하게 보살펴 주셨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니다 보니 의도치 않게 병원 투어도 함께 하게 되었다. ASIRI 중앙 병원은 여러 전문분야의 외과 외래와 진단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첨단 진단 장비들을 다수 갖추고 있다. 건물 중간엔 중정과 편의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어느 나라나 병원 생김새는 다 비슷비슷한 듯하다. 삭막한 병원에서 잠깐 쉬어가는 공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잠깐 긴장을 내려놓고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다.

물론 랑카에서도 한국 의사 선생님을 볼 수 있다. 한국 한의사 선생님이 파견되어 나와있는 Korean Clinic이 있는데 간단한 진료와 침술 등의 치료를 해주신다. 스리랑카의 교민들이 800명 정도 되니 아주 요긴나게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도 있고, 스리랑카에 한국 의술을 알리기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처방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자주 스트레칭을 하고, 야채를 많이 먹는 것인데 왜 이런 기본적인 습관을 생활화가 어려운지 건지.. 슬기로운 랑카 생활은 8할은 건강이라 'Stay Health'를 하반기 1순위 목표로 두어야겠다 다짐해 본다.

랑카는 계절이 바뀌진 않지만 미묘하게 변화하는 더위와 습도, 우기와 건기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건강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여러 랑카를 경험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어쩌다 병원까지 가보게 되었는데 아직도 수기가 살아있는 올드패션 시스템의 놀라움, 공공병원에서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진료를 볼 수 있지만 결국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사립병원을 찾아야 하는 의료계의 이면도 볼 수 있었다. 스리랑카의 더 많은 표정과 이야기들을 만나기 위해 우선 건강을 제일 먼저 챙기는 걸로.

이전 09화 모두의 정원, 우리의 아뜰리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