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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Feb 16. 2025

봄을 기다리며

Parc des Princes, PSG

Ici C'est Paris.

파리에 왔다면 이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쳐야 하는 곳이 있다. Parc des Princes

21-22 시즌 코로나 시기 프리미어리그를 보면서 옆동네 MNM (Messi-Neymar-Mbappe) 특공대의 활약으로 리그앙에 처음 입문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세계적 명성의 PSG가 언제부턴가 우리의 팀이 되었다. 한국 축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이강인 선수가 바로 이 무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파리 생재르맹의 팬은 아니다. 누군가는 근본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가족들에게 자주 놀림 당하는 중) 당시 팀을 이끄는 감독의 철학과 리더십, 선수들 간의 하모니 거기에 최애 선수까지 더해지면 그냥 그 팀을 특별히 아끼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좋아하는 팀의 직관 경기는 꼭 한번 가보려 하는 편이다. 지난여름 경기장 투어를 했음에도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현장에 가보면 더 넓은 시야로 경기 외에 많은 것들이 보인다. 특히 관중석에선 공을 중심으로 카메라만 따라가는 중계화면과 달리 정말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는 것만 같은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하나의 팀원이 된 것 같은 소속감이 더해진달까?



무엇보다 선수들의 놀랄만한 스피드와 집중력 그리고 감각적인 움직임들을 가까이 포착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선수들의 새로운 매력을 찾게 된다. 물론 결과를 만들고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선수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자리를 바꿔가며 공간과 기회를 창출하는 그래서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선수를 좋아한다. 그 유려한 몸짓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것도 직관의 큰 매력이다.


경기 날이 되면 경기장 안팎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페이스 페인팅, DJing 등 많은 이벤트들을 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미리 몸 풀고 경기 준비하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필드를 감싸고 수많은 취재진들과 카메라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박진감 넘치는 중계를 위해 분주하다. 평소 볼 수 없었던 화면 밖에 세상들과 조우하다 보면, 아직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 공간에 피어나는 열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환영'도 넣어주세요!

이번에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일까.. 나름 한적하면서도 코너킥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예매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엔 어느새 커플들이 가득 찼다. 사실 나에겐 두 가지 로망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축구장 가서 응원하기 (아마도 챔피언스 리그 경기라면 완벽하지 않을까?) 그리고 일생동안 바라온  르퓌 순례길을 함께 걷는 것이다. 완주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냥 따로 또 같이, 힘든 시간들을 서로 다독이며 그냥 손잡고 나란히 걸어보고 싶다.


부러운 커플들에 둘러싸여 처음으로 혼자 하는 여행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워낙 뜨거운 경기장 응원 열기를 난로 삼아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열기의 진원지는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같았던 울트라스 (Ultras). 사실 울트라스에 대한 악명(?)이 워낙 유명한지라 응원석과 최대한 멀리 자리를 잡은 것도 있었는데 정말 90분 넘게 열성적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열원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실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도 거의 대부분 가봤는데 이 정도의 에너지 레벨이 경기 내내 지속되는 경기장은 많지 않았다. 부디 이 뜨거운 열정이 평화롭게 꽃 피우기를 바라볼 뿐이다.


경기장을 나서면 바로 옆에 Roland Garros 건물이 올려다 보인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붉은빛 클레이 코트에 수 놓일 또 하나의 감동과 서사도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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