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퇴직자들의 브이로그나 퇴사 후기 글을 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다음 행보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난 후에 퇴사를 하세요"
하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고 나면 녹초가 되어있던 나는 도저히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나 개인 업무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 밖 차가운 현실을 미리 마주한 사람들의 친절한 조언을 나는 차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나 체력이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잡을 하거나,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존경합니다)
회사를 다니던 때의 나는 꽤나 열심히 사는 캐릭터였다.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어떤 날은 새벽 외국어 수업을 듣고 출근을 하기도 하고, 출퇴근 전후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한 달에 목표 독서량을 정해놓고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거나 업무나 개인의 발전에 도움 될 온라인 강의들을 듣곤 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건 내가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나는 점점 열심의 동력을 잃어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짙어졌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를 위해 온전한 시간을 쓰고 싶어진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만큼, 그 열심을 나 자신에게 투자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거다.
회사 밖,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놓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일상을 살아갈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고민 끝에 퇴사를 선언했다. (물론 단순히 이러한 이유만으로 퇴사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자유로운 환경에 놓이고 싶다는 마음 + 현실적인 여러 요인들이 섞여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퇴사 후의 삶? 당연히 너무 좋다.
퇴사를 하고 난 직후는 정말 말도 못 하게 좋다. '이런 삶도 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출근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삶.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삶, 신경 거슬릴만한 요소가 없는 삶.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매일이 즐겁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늦잠도 자보고, 낮시간에 여유도 부려본다. 영양가 없는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소비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OTT와 유튜브만 들락날락하며 시간을 써보기도 한다.
바쁘게 살던 삶과는 정말 대조되는 삶의 모습이었다.
정신없는 퇴사 라이프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요즘 나에게 스스로 묻는 건 '언제까지 이 쉼을 유지하고, 언제부터 슬슬 다시 움직일 것인가?'라는 생각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만 나를 위해 모든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 나는 생각보다 빠릿빠릿하지 않았다. 막상 휴식을 취하고 나니, '쉼'에 빠져들어 이렇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빈 공백의 시간을 무언가로 채우고 싶지 않아 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를 위한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부담감이 조금씩 스트레스로 쌓일 때쯤, 주변 지인들은 '지금 아니면 정말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하게 쉬는 것. 이것도 인생에서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라는 말로 불안한 내 마음을 고요히 잠재워주었다.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니 여전히 쉬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다시 나의 앞날을 위해 움직일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낀다.
요즘은 '내가 다시 일할 준비가 되어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일을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고 쉬면서 달라진 나의 인생의 우선순위로 인해 일을 할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니 이러한 모습이 괜찮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으니, 다시 나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것부터 하나씩 찾아보기. 지금의 나에게 또 맞는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곳에서 나의 방향과 나의 속도에 맞게 커나갈 수 있도록. 나답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게으름을 조금씩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