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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by 염홍철


어제는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이번주에는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네요. 저는 가을비와 사연이 있지요. 언젠가 선거에서 낙선을 하고 처음 맞는 가을에, 유독 가을비가 많이 내린 적이 있습니다. 어제는 그때 쓴 시를 꺼내보고 상념에 빠졌었지요.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마루 끝에 앉아 마을 간 어머니 기다렸다

어머니 돌아와 ‘우리 아들’ 안아주시는

그 품속이 포근해서였다


비 오는 날

극장 앞에서 가슴 설레며

그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산 속 빗소리 들으며 함께 걷는 게 좋아서였다


비 오는 날

창 앞에 서성이며 빗줄기 세고 있었다

하천 둑이 무너지는지,

길이 묻히는지 조바심이 나서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외로워진다

내 그리움을 비 장막이 막아서는 게 아닌가


지금은 나와 내 그림자만 남았다

빈 방에 홀로 쓸쓸히

밀실의 왕이 되었다


풍요로울 땐

내가 비를 보고 있었지만

외로울 땐

비가 나를 엿보고 있다


(염홍철 시집 <한 걸음 또 한 걸음> 56~57쪽 참조)


이번주의 가을비로 이제는 단풍이 시작되겠지요. 단풍과 낙엽으로 이어지는 가을 시즌 2를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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