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여행을 목적으로 떠났기 때문에 방문지를 신중하게 생각한 결과, 재직 중 인연이 있던 곳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삿포로인데, 대전과는 자매도시 관계에 있습니다. 겨울에는 ‘세계 3대 축제’라고 하는 눈 축제가 열리는 곳이고, 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하여 올해 여름은 일본 내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다녀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홀가분한 개인적 여행이기 때문에 두 가지 목적을 두었습니다.
하나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맛집을 찾는 일이고, 또 하나는 과거 공식적으로 방문했던 곳을 찾아 기억을 되살리면서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을 호텔이 아닌 일반 대중음식점을 찾았는데, 모든 것이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마치 대전으로 착각을 할 정도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종업원이 우리보다 더 친절했습니다. 새롭게 발견한 것은 종업원들이 손님들께 친절하고 공손히 인사하는 것은 항상 그랬지만, 손님들도 나가면서 주방이나 종업원들께 눈을 맞추며 감사함을 표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친절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런 친절함이 부자연스럽게도 느껴졌습니다.
선술집도 가운데 요리사가 있고 빙 둘러 손님들이 앉아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집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인이나 종업원과 손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다정해 보였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혼술이나 혼밥이 좀 어색한 데 비해 일본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읽었습니다.
대전은 12개국 15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전과 삿포로의 교류가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에 우호도시 결연을 맺고 6년간 교류를 하다가, 2010년에 정식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공무원, 기업인, 청소년, 스포츠, 교향악단 등의 교류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대전에서는 2011년 2월, 105명의 시민 대표단이 삿포로 눈 축제를 참관하였고, 같은 해 10월, 99명의 삿포로 시민이 효 문화 뿌리 축제에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금년 8월, 대전 0시 축제에도 삿포로시 부시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더군요. 대부분 양 도시가 같은 조건으로 교류를 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었지요. 삿포로시와 대전시 공무원이 상호 교환 연수를 수 차례 하는 등 내실 있는 교류를 하였습니다. 특히 대전시청 1층의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건강 카페’는 삿포로시청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과거 한일관계가 불편했을 때, 삿포로시 의회는 한국 입장을 옹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공식적으로 누구도 만나지 않았으나, 과거의 추억이 있는 삿포로시청사, 홋카이가쿠엔대학, 오도리 공원, 삿포로 콘서트홀 등을 방문하면서 추억을 소환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추억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현시점에서의 해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귀국 길에 올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