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님이 여섯 살 아이와 세 시간을 놀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세 시간 동안 스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구는 누가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었어요? 언제 생겼어요? 나비알은 어떻게 생기나요? 어떻게 알을 낳아요? 포도는 보라색이 되기 전에 무슨 색이었어요? 짐승은 털이 많은데 털은 왜 생겼어요? 물고기는 왜 털이 없어요? 뼛속에는 어떤 물이 있어요? 물은 누가 만들었어요? 지렁이 똥은 커요? 작아요? 무슨 색이에요? 매미 이는 몇 개예요? 모기 창자는 어디 붙었어요?” (허허당 그림 잠언집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내 멋대로 가라 한다> 137쪽 참조)
이렇게 아이는 세 시간 동안 수백 가지의 질문을 스님에게 던졌지만 그 스님은 단 한 개도 제대로 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진실로 나는 단 한 개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비로소 스님은 여섯 살배기 아이 앞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모르는 것은 과학이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목소리 큰 사람에게 현혹되어서 사실이 어떠한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끌려다닐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근거 없는 얘기가 대부분인데도 말입니다. 내 몸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슨 병이 자라나고 있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그 병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지는, 나 자신도 모르고 사실 의사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섯 살배기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서 쩔쩔매는 스님은 비단 그분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성경에 나와 있는 것처럼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절대자의 은혜다”라고 생각해야 될는지요? 결국 인간은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답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