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케르델랑이 지적한 세계의 시스템을 좌우하는 여섯 억만장자 중 마지막으로 빌 게이츠를 소개하겠습니다. 케르델랑은 빌 게이츠를 ‘인류의 구세주’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든 억만장자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에서 세계 최대 민간재단의 설립자로 변신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선과 공공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하였지요. 그러면서도 빌 게이츠는 ‘세계 문제 해결사’로 포장되었지만, 동시에 ‘초국가적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나타냈지요.
빌 게이츠와 그의 전 부인 멀린다가 공동으로 설립한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전 세계 보건, 교육, 농업, 기후변화대응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재단은 정부나 민주적 기구의 통제를 받지 않고 빌 게이츠 개인의 가치와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초국가적 권력 기구라고 평가합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글로벌 백신 연합 등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보건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빌 게이츠는 백신 개발과 보급, 방역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지요. 그는 글로벌 백신 연합,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권을 행사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간재단이 인류 보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쥐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그의 행동이 책임 있는 공공선인지, 아니면 개인적 권력 확대를 위한 수단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와 인도의 농업 현대화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 작물과 대규모 단일 재배 시스템을 장려하는 방식이 비판받기도 합니다. 케르델랑은 이러한 접근이 지속 가능성과 지역 농업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지요. 또한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 대응의 선두 주자를 자처하며 탄소배출 감축과 ‘태양광 차폐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구 시스템에 대한 무모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은 빌 게이츠가 쓴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읽으며 기후재앙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새롭게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빌 게이츠에 대한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르델랑은 빌 게이츠를 필란트로캐피탈리스트의 전형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필란트로 캐피털리즘이란 자선(philanthropy)과 자본주의(capitalism)의 합성어로, 부유한 기업가나 억만장자들이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새로운 자선 형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케르델랑은 필란트로캐피달리즘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빌 게이츠의 자선사업은 인류의 이익과 연결되지만 동시에 그가 설정한 기준과 가치를 인류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고 경고는 것이지요. 즉 빌 게이츠는 “인류 구세주를 자처하지만, 그가 쥔 초국가적 권력은 민주주의를 넘어선 비민주적 영향력의 새로운 형태이며, 그에 대한 사회적 견제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가 공정한 것인지 재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로써 여섯 명의 억만장자들이 우리 삶의 주도권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내일 다시 여섯 억만장자들이 ‘기여’한 점과 그에 대한 ‘불공정성’을 종합으로, 균형 있게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