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아침

by 염홍철


오늘은 9월 초하루입니다. 9월은 여름의 더위와 가을의 선선함이 공존하는 달이지요. 낮 동안은 여름 날씨를 보이긴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해 초가을 날씨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더위가 사그라들겠지요. 걷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전에는 매일 이른 아침 천변에 나가 걸었는데 요즘은 이 <아침단상>을 쓰고 보내느라 이른 아침에 나갈 수가 없어서 주말에만 새벽 걷기를 하지요.


어제도 유등천을 걸었습니다. 이슬이 진주처럼 풀잎마다 알알이 맺혀 있고, 산책을 끝낼 때쯤에는 태양도 솟아올라, 온 세상을 붉은빛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보면서 황홀 그 자체입니다. 혼자 걷느냐 지인들과 같이 걷느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산책은 행복합니다. 산책로 옆으로 유등천 물이 흐르고 물길을 보호하듯 길옆으로 각종 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곳곳에 달 맞이 꽃, 무궁화, 기생초, 금계국, 나팔꽃들이 섞여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단단한 바위가 막혀 있어 물길을 조정해 줍니다. 우리의 삶도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초가을을 노래한 박두진 시인의 <하늘>을 소개합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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