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새벽에 열린 창을 넘어 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올해 여름의 폭염이 몸부림을 쳤는데도 시간을 막지 못하고 9월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폭염의 잔류부대가 안간힘을 쓰지만 차츰 소멸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자연이고 인생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흰구름들이 멋진 그림을 그려댈 테니 더욱 아름답겠지요. 그동안은 초록 물결만 눈에 들어왔으나 이제 누런 잎들이 간간이 솟아올라 새로운 조화에 적응하게 되겠지요.
9월의 한 주가 지나가고 두 주째가 되었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공유하면서, ‘이제 정말 9월이다’를 외쳐봅니다.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비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