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자기 객관화는 어려운가?

by 염홍철


인품이 훌륭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판단을 엉뚱하게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존경받는 명사들이 자녀 문제나 작은 이익을 취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철이 되면 객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1도 없는 사람이 출마합니다. 물론 본인도 그 사정을 알지만 출마 자체에 목적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당선이 될 것이라 오판하여 출마하지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살펴보면, 누구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한 데서 기인하지요. 높은 인품을 가진 사람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좋게 보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고 이것을 심리학적으로는 ‘자기 고양 편향’이라고 하지요. 타인의 편향은 잘 보면서도 자신의 편향은 잘 못 보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서사(이야기)를 만들고 그 서사에 맞게 자신을 미화하거나 해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애써 불편한 사실은 무시하거나 합리화해 버립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철학적 설명이 많이 있지요. 칸트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를 경험하는 주체와 ‘나’를 분석하려는 대상이 동일하기 때문에 객관적 인식은 근본적으로 제한되는 것이지요. 니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속이며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삶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이것을 니체는 ‘자기기만’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순수하게 떼어내어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타자와 상황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성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노력과 좋은 습관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한 발 떨어져 보려는 습관을 기르는 것, 즉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에 대한 수없는 질문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객관화가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하는 평가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한다면 그것도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저는 매일 글을 써서 지인들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글 쓰는 이유를 물으면 “내 글을 통해 타인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외부화’하면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반성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일기나 글쓰기도 자기 객관화의 한 방법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윤리적 지향을 가진 철학적 명제이겠으나, 자기 성찰과 편향 극복을 목표로 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존경을 받는 명사들이 자기 문제에는 허점을 보이고 선거 때가 되면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 출마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 객관화를 위해서 의도적인 훈련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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