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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15. 2020

인권 쟁취 역사 ④

여성의 마라톤 출전

올림픽의 꽃은 마라톤이다. 42.195km. 불굴의 정신력과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주하기 어렵다. 여성은 언제부터 올림픽에 참가했을까? 1900년 2회 파리 올림픽이다. 무늬만 참가다. 여성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은 달랑 테니스 하나였다. 달리기 종목에 여성은 참가하지 못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육상 종목에 출전이 허락됐다. 남성은 100m부터 마라톤까지 달릴 수 있었지만 여성에게 허락된 최장거리는 800m였다. 스포츠에서 여성 인권 지표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다. 우리나라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1947년 서윤복 선수가 2시간 25분 3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정부 수립 전의 쾌거다. 1950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1, 2, 3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등 함기용, 2등 송길윤, 3등 최윤칠. 


보스턴 마라톤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67년 대회에서 20살 시라큐스대 여학생 캐스린 스위처(Katherine Switze)가 6km 구간을 통과할 즈음, ‘여성’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대회 조직위원회에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여성은 달릴 수가 없었다. 아래 사진에서 제지하는 조직위 사람을 스위처 남자 친구가 밀치고 있다. 261번이 스위처다. 전후 배경을 모르면 선수들이 스텝이 엉켜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장면 같다. 알고 보면 여성 인권 신장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 장면이 라이프(Life)지에 게재됐다. 세상을 바꾼 100대 사진에 선정됐다. 

스위처는 완주했다. 4시간 20분. 그녀는 '여성의 달릴 자유'에 대한 공론화에 기여했다. 여성에게도 마라톤 출전의 문호가 열리기 시작했다. 1971년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 마라톤이 허용됐다. 1972년에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도 여성의 참가를 허용했다. 올림픽에서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야 여성에게 마라톤이 허용됐다.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무려 84년 만이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이라는 올림픽에서 규정이 바뀌고 편견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스위처는 현재 여성운동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스위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 5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완주했다. 조직위는 스위처에게 261번을 부여했다. 50년 전과 같은 번호. 보스턴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스위처의 배번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조직위가 과거를 사과하고 참회하는 방법치곤 그럴싸하다. 4시간 44분 31초의 기록. 2017년 3만 명의 보스턴 마라톤 참가 선수 중 1만 3,702명(46%)이 여성이었다. 참가자 절반 가량이 여성이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여성이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자 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겐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기회를 주고 봐야 한다.


여성에게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왜 금지했을까 궁금하다. 여성은 다리가 굵어지고 가슴에 털이 날 수 있으며 생식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언뜻 여성을 끔찍이도 위하는 것 같지만 남성 중심의 비과학적인 여성에 대한 편견이다. 6, 70년대 여성이 달리기 종목에  참가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양성평등의 바로미터였다. 마라톤을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성의 뛸 권리를 제한했다. 스위처 남자 친구 토마스 밀러는 조직위 사람을 밀치면서 스위처에게 이렇게 말했다. "Run like hell!!!" 죽을 힘을 다해 뛰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4181629141385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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