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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25. 2020

노추(老醜)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의 경우

루돌프 줄리아니(1944~)는 검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뉴욕주 검사로서 범죄율을 줄이는 기여하면서 시민들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고, 포드 행정부에서는 법무 차관보를 역임하였다. 뉴욕 시장(1994-2001)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했을 때 시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위기의 순간 강인하고 안정감 있는 리더십으로 시민들을 구출하고 혼란을 수습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테러를 수습하는 기간에 전립선암 투병 중이었다) 시민을 위해 헌신한 그는 박수를 받으며 시장직을 떠났다. '미국 시장'이란 영예를 누렸다.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지만 낙마한 뒤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주로 공화당 정치인들의 자문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 등장했고, 변호사 줄리아니가 미국을 분열시키는 장본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11월 3일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송전을 주도하고 있다. 의혹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증거가 있어야 함에도 의혹만 제기한다. 아니면 그만이다는 식이다. 치고 빠지는 수법이다.


11월 20일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땀을 뻘뻘 흘리는 사진이 대서특필되었다. 사람이란 그렇다. 뭔가 석연치 않은 주장을 내놓던가 아니면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신경계가 긴장하면서 땀을 흐르게 되는 법이다. 트럼프는 역대 대선에서 최다 득표를 하고 패배했으니 억울할 수 있다. 문제는 주변에서 트럼프를 부추기는 줄리아니와 같은 변호사다. 노회(老獪)를 넘어 노추(老醜)하다. 단풍을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가.


11월 17일 자 뉴욕타임스는 “줄리아니 자신이 재정적으로 이익을 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짓된 법적 싸움을 계속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기계로 인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여러 음모론을 믿게끔 한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줄리아니는 변호사 자격으로 대선 불복 소송 책임을 맡으면서 하루 2만 달러의 수임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소송을 오래 끌면서 온 나라를 들쑤시고 다닌다는 말도 들린다.


줄리아니를 보면 안타깝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서 그가 대선 결과를 불복하면서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는 행동은 정치적 공세나 제스처를 한참 넘어섰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노추의 수치이고 작태다. 그는 공직자, 정치인으로서 남긴 유산을 모두 까먹었다. 트럼프도 문제아지만 그런 의뢰인을 부추기는 줄리아니는 더 문제아다. 권력과 돈의 단맛에 중독된 노추는 보기 민망하다. 미국 민주주의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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