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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Sep 28. 2020

노블레스 오블리주 ⑤

사회 지도층의 참전_서양의 경우

2020년 9월 17일 자 국내 언론에서는 "6.25 영웅 밴플리트 장군 아들, 북한→중국→러시아서 포로 생활 중 사망"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 맥크리스천 주니어(Joe McChristian, Jr.)의 증언에 따른 것이다. 새삼 6.25 당시 미 8군 사령관(육군 대장)을 지낸 밴플리트(James Van Fleet) 장군을 떠올리게 된 이유다.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 밴 플리트 주니어는 한국 전쟁에 공군 중위로 참전, B-26 폭격기를 조종하고 폭격 임무 중 1952년 4월 북한 순천 지역에서 적의 포격을 맞고 실종됐다. 장군의 아들이 폭격을 맞고 실종될 수도 있다. 포인트는 아버지 밴플리트 장군의 대응이다. 참모들의 수색 확대 건의에 장군은 "내 아들을 찾는 것보다 다른 작전이 더 중요하다. 흔들림 없이 작전을 수행하라"며 수색 작업을 중단시켰다. 


서양에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전쟁에서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6.25 전쟁 당시 미국 참전 용사 중 142명이 장성들의 자제였다. 이들 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존 아이젠하워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일화가 있다. 존은 1952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부친에게 한국전 참전의 뜻을 전했다. 아버지는 참전 조건을 내걸었다. “적들에게 악용될 수 있으니 절대로 포로가 돼서는 안 된다.” 아들은 “포로로 잡히느니 차라리 목숨을 바치겠다”라고 했다. 부전자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자녀의 참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부러운 일이다. 한쪽은 참전하려 애를 쓰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막으려 규정까지 만드니 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참전 용사 중 미국의 존 시드니 매케인 3세(John Sidney McCain III 1936-2018)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조부와 부친은 4성 장군 부자로 둘 다 해군 제독을 역임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정치인 매케인은 매케인 3세로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모함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1967년 10월 작전 도중 격추되어 5년 6개월 만에 석방됐다. 그가 장군의 아들로 참전하고 포로 생활을 한 자체가 감명을 주는 것은 아니다. 포인트는 아버지와 아들의 신념과 행동이었다. 1968년 7월  아버지 존 매케인 주니어가 해군 제독으로 태평양 사령관이 되었을 때 월맹군이 아들의 석방을 제안하였다. 아버지는 "다른 많은 미군들이 잡혀 있다"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아들 매케인 3세도 조기 석방을 제안받았지만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인 수칙을 지켰다. 역시 부전자전이다.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나 실제 고문과 구타를 당한 아들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외국의 명문 학교일수록 교내 건물벽에 전사한 졸업생 명단을 새긴다. 영국의 이튼 스쿨 건물에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졸업생 2000여 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 학교는 역대 영국 총리 19명을 배출한 학교라는 것보다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가 있다는 사실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1982년  포틀랜드 섬을 놓고 영국은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시작했는데, 왕위 계승 서열 2위 앤드루 왕자가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사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조는 고대 로마다. 로마는 귀족 등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없었다면 500년의 역사를 지탱하지 못했을 것이다. 로마가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벌인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만 사망한 집정관(consul) 수가 13명에 달했다. 집정관은 국가 최고지도자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가 자녀의 면제율은 30%가량이다. 어떤 가문은 6,70%에 달한다. 정부 고위직, 언론사 간부,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자녀의 면제율도 국민 평균 면제율보다 높다. 2020년 병무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일반 국민 병역 면제율은 24.1%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병역 면제 사유는 질병, 외국 국적 취득, 장기 유학, 과체중. 수형 등 다양하다. Noblesse Oblige의 반대어는 Noblesse Malade다. 기득권 세력이 힘을 믿고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행위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라 특권을 악용하는 도덕적 타락이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다.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좌초시키는 바이러스다.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고 했던가? 목숨의 소중함은 왕후장상이 따로 없다. 참전을 막기 위해 규정까지 만드는 나라를 떠올리는 이유다.  


https://ko.wikipedia.org/wiki/%EC%A1%B4_%EB%A7%A4%EC%BC%80%EC%9D%B8

https://www.segye.com/newsView/2018090300172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312231955501#csidxa2851ff29f414078cfc12d1b568d770 

  

   

                                                           <닉슨 대통령과 존 매케인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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