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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05. 2020

정치란 무엇인가?

politician vs statesman

우스갯의 wordplay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정형외과 의사와 건축가, 그리고 정치가가 가장 오래된 직업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먼저 정형외과 의사가 말했다. “성경을 보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 정형외과 의사가 가장 오래된 직업인 게 틀림없어.” 건축가가 반박했다. “아니지. 하느님이 혼돈 속에서 우주 만물을 설계하고 만드신 걸 보면 건축가야말로 최초의 직업이지.” 곁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정치가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그 혼돈은 누가 만들었게?”


최악의 정치가는 누구일까? 프랑스 수상 조르쥬 클레망소(1841-1929)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서 누가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기자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자 클레망소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싶은 순간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11월 3일 치른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출하는 나라다. 일류의 국가에 고도의 소프트 파워 국가다. 문화를 수출하고 이식한다. 요즘 미국이란 나라와 그 나라를 움직이는 정치인을 보고 있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툭하면 상대국의 인권 침해니 독재니 하면서 개입하기 일쑤인 이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수출국에서 분열과 선동, 인종차별, 중상모략, 오기와 독선, 일방주의를 바겐 세일하는 삼류 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유권자가 투표를 한 이유는 표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이면서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거다. 정치인들은 사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표가 두려운 것이다. 그 투표를 개표하지 못하게 소송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편투표도 법에 따른 정당한 투표다.


누가 되든 대통령직(presidency) 수행은 힘들 것이다. 미국은 국가 수립부터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이합집산을 거쳐 간신히 United States를 일구었다. 지금은 어떤가? 인종, 종교, 지역, 연령, 세대, 문화, 신념 등 모든 분야에서 당파나 정파로 분열되었다. 깨진 유리를 원상 복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국제적으로도 제 멋대로다. 주판을 튕겨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협약이고 뭐고 필요 없다. 'My way'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도 원통할 노릇이다. 국가 간의 신의도 없다.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국가를 상대로 협박하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다반사다. 아니면 고만이라는 식이다. 품격과 통합의 구심점을 잃어버렸다. 역사는 구심점을 잃기는 쉬워도 되찾기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팩스 아메리카의 쇠락의 징조다. 어쩌면 시그널을 알고도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다.


오늘의 미국 사회를 분열, 선동하고 분노와 증오를 조장한 것이 트럼프 탓으로만 돌릴게 아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그 사회의 요구와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는 그 기회를 적절히 이용했을 뿐이다. 정치인(politician)은 유권자의 분노와 증오 위에 올라서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은 표가 되는 일을 하는 데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다.    


politician vs statesman. 둘은 차이는? 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르다. politician은 선출직으로 국회의원, 지자체장이 해당된다. 이들은 여론의 향배나 이슈에 따라 자신의 신념도 달라진다. 출마하면서 약속한 공약은 당선되고 나면 나 몰라라 한다. 개인적인 신념을 실천하는 것보다 정파나 당파의 입장을 대변한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정치인은 쫓겨나거나 배신자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소신이나 신념이 통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이나 미국의 정당도 마찬가지다. 


 statesman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그가 가진 에너지와 힘을 쏟는다. 추구하는 핵심 가치(core value)가 있고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그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 신념을 바꾸는 대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행 방식을 바꾼다. 정치판에 politician은 한강 백사장 모래만큼이나 많아도 statesman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역사가들은 statesmen으로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시몬 볼리바르 등을 꼽는다. 


2,500년 전 공자가 활동하던 때도 정치의 폐해가 심했나 보다. 공자가 외딴 산속을 가는데 묘지 앞에 한 여인이 앉아 울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가 하도 서글퍼 자로를 시켜 까닭을 물었다. 그 여인이 울면서 말했다. “옛날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셨는데, 그 후 남편도 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으니, 슬퍼 울고 있답니다.” 공자가 의아하였지만 나름 방안을 내면서 물었다. “읍내로 이사를 가든지 할 일이지, 어째서 산속에 살면서 피하지 않는 것입니까?” 여인이 대답했다. “그래도 이 산속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습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로구나(苛政猛於虎)”의 배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변하게 없다. wordplay의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호랑이는 물리치면 되지만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지만 돌아온 답은 원론적이다. 당 태종이 태자에게 왕위를 물러주면서 한 말이다. "백성은 깊은 물이다. 왕은 그 물 위에 떠있는 배다. 물이 출렁이면 배는 가라앉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어록도 되새겨 볼이다. "대통령은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자리다." 


https://work.chron.com/statesman-vs-politician-21103.html
중앙일보. 유머 한 방 ㅋㅋ 당신도 직장 스타. 2008년 2월 20일.

https://news.joins.com/article/3047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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