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괜찮으니 숨 쉬라고.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 이하이, 한숨 가사 중 -
어렸을 적 엄마의 한숨이 불편했다.
아빠의 담배 연기와 같이 내뿜어지는 한숨이 싫었다.
힘빠지는 듯한 그 한숨소리가
꼭 나때문인 것만 같아서
더더욱 듣기 싫어 외면했던 것 같다.
어느 새 당시 부모님의 나이와 가까워지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한숨을 내뱉는 나이가 되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한숨 한 번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었구나.
폐부 가득 공기를 머금었다 길게 내뱉을 틈조차 없을만큼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잊을만큼
바쁘게 정신없이 상황에 그리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휘둘리는
지치고 무거운 하루를 보냈었겠구나.
그러다 잠깐 틈이 나서야 정말 말 그대로
한숨 돌릴 수 있는 틈이 생기고 나서야
꾹꾹 누르고 참았던 숨을 내뱉는 거였구나.
오랜만에 호흡 명상을 하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청명한 싱잉볼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틀어놓고
허리를 펴고 가만이 앉아 코끝에서 오가는 숨결에 집중해 본다.
들이마신 숨이 가슴 언저리에서 막힌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가 그대로 내뱉어 버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숨을 마셔봤다.
명치 끝에서 다시 숨이 멈춰진다.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의 길이 원활하지 않다.
마치 꽉 막힌 고속도로 마냥
정지 신호를 마주한 순간 마냥
들어가던 숨이 멈칫
나오던 숨이 멈칫
숨이 자꾸만 멈칫거린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명상을 하지 않았다.
외부 일정이 많았고,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았다.
고민으로 머리가 무거워질라면 생각하기 싫어 덮어두기도 했다.
이런 때 내 시선은 늘 밖을 향해 있는다.
밖을 향한 시선의 끝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시선이 다른 사람을 향해 있을 때는 마음도 다른 사람을 향해 있는다.
그럴 때면 숨이 짧아진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우선순위에 둬야하는 때라도
틈틈히 나를 돌봐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나보다.
이런...
한숨을 쉬듯 크게 숨을 마시고는 잠시 멈췄다가 길고 천천히 내뱉어 본다.
막혔던 숨길이 조금은 트이는 기분이다.
숨길 중간중간 끼어있던 먼지들이 조금은 가신 그런 기분이다.
다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 길고 천천히 내뱉어 본다.
밖에 시선을 두던 동안 내 안에 고여있던 묵은 숨을 모두 깨끗한 숨으로 바꿔 넣기라도 할 듯이.
막혀있던 가슴과 명치가 뚫리는 기분이 들고
점점 호흡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숨길을 따라 들어온 깨끗한 공기가 손과 발, 머리 끝까지 전해지는 기분이다.
한결 마음도 편안해 진다.
고개를 드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조금은 흐린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한숨을 쉬고 나니 숨길이 트인다.
한숨을 쉬고 나니 하늘을 볼 여유가 생긴다.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치든 한숨은 나를 돌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