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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하기 Jul 16. 2024

시간이 약이라는 말

어떻게 해야 그 시간을 무사히 버텨낼수 있을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었던 일도, 기쁘고 행복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진다.


될 일은 어찌해도 되고

일어날 일도 어쨌든 일어난다.



결국 시간이다.





처음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금새 좋아질 줄 알았다.

분명 좋아지는 현상들도 있었다.


하지만 초심자의 운은 딱 그때뿐이었다.

진즉 들여다봐야했던 마음을 덮어놓고 외면하고 도망쳤던 결과는 처참했다.

묻어두었던 감정과 기억들이 수없이 되살아나고 덮쳐왔다.


괜찮을거라고, 이 또한 지나갈거라고, 시간이 약이라고, 다시 덮어버리기엔 이미 들춰진 그것들의 저항이 강했다.


한번 들춰내진 것들은 마치

'이젠 말해도 되는거지?'

'이젠 숨지 않아도 되는거야, 그렇지?'

라는 듯 환호하며 서로 봐달라 아우성쳤다.


한동안 그 아우성 덕에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자각하지 못했던 상처와 생채기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이렇게나 많았나...




정신없이 내 마음 이곳저곳에 나 있는 아픔을 돌보면서 깨달은게 2가지 있다.

나는 그것들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나, 한번에는 하나씩 밖에 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잘난척을 해봐도 오래 묵혀진 상처와 흉터들을 보살피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가벼운 상처라고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숨어있던 뿌리가 다시 염증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까.

그러니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보살펴야 한다.


다른 한가지,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한번에 하나씩이니 순서가 필요하다.

과거 상처를 돌보다 현재를 놓치면, 그 놓친 현재가 다시 과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렇게되면 나는 평생 과거의 내가 만들어 놓은 상처들에 둘러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현재가 우선이 되어야하고, 그 현재에 따라 과거 상처의 돌봄에도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때때로 예상 밖의 변수가 발생한다.

변수들은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을 수 있다.

이를 간과하니 변수가 등장할 때마다 당황하고 뒷걸음질을 치게 되더라.

그래서 단 1%라도 여지를 남겨두려한다.

유연하게, 바꿀 것들은 바꿀 수 있어야한다.


이런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려니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약이란 말은,

덮어놓으면 지나간다는 말이 아니다.

그 상황을 마주보고 온전히 버텨내는 시간이 결국 약이 된다는 말이다.


덮어놓다보면 언젠가 곯아버린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

만성염증은 정말 골칫거리다.

치료해도해도 금새 다시 등장하니까.

그러니 만성이 되기 전에 그때그때 치료하자.

제대로 마주하자.

피하지 말고, 뭉뚱그려 애매하게 처신하지 말고.






누군가 그러더라.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돈을 벌고, 일을 잘하고, 인정 받는 것도 결국 내 마음이 온전해야 함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간 내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댓가로 아우성치는 이 마음들에 순서를 협의 중이다.


크고 무거운 것들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니, 장기돌봄대상이다.

이런 것들은 불쑥불쑥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그러니 정기검진하듯 수시로 들여다 봐줘야한다.


쓱~ 한번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놓아지는 것들도 있다.

이런 생채기들은 통증자체는 적더라고 꽤나 성가시다.

그런데 자칫 소홀히 여기면 악화될 수도 있다.

발견되는 즉시 쓱~ 들여다보되 한번 볼 걸 두번 본다.

괜찮겠지?

싶을 때쯤 한번 더 들여다 본다.

방심은 금물이다.


완치판정을 받아도 몇달에서 몇년은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가볍게 보는 감기도 치료를 대충하면 골골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이런말을 하더라.

처방받은 항생제는 마음대로 중단하면 내성 생겨서 다음번에 약도 듣지 않는다고.




앞으로 살아 내 삶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닥쳐도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의 상처들이 남아 전이되더라도 금새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그렇게 계속 정기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치료도 꼬박꼬박 챙기려 노력 중이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변수가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때그때 타협보다는 신중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오랜시간동안 웅크려있던 또 다른 나와 의논해가며 그렇게 이 시간을 잘 버텨내보자!


오늘도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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