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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하기 Jul 02. 2024

조금 더 힘을 빼 봅시다

조금만 더 즐거워지면 좋겠어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으신거 같아요"


한동안 신경쓰이던 치통때문에 들른 치과에서 의사선생님은 잠시 들여다 보고는 바로 내 습관을 알아채셨다. 


'어, 어떻게 아셨지?'


사실 나도 얼마전에야 자각한 습관이었다.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럴 때면 턱에 힘이 들어간 채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었다. 

순간순간 알아차릴 때마다 턱에 힘을 풀고 있지만, 오래된 습관인지 쉬이 고쳐지질 않는다. 


내 어깨 근육은 잔뜩 뭉친 것을 넘어서 뭉쳐진 근육들이 목뼈를 잡아당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내 목뼈는 역C자형 커브가 왼쪽으로 한번 더 휘어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내 목은 의사선생님들이 놀랄정도로 휘어있다. 

또래보다도 굳어져 짧아진 햄스트링과 고관절을 보고 필라테스 강사님은 전체적으로 몸이 많이 굳어있고 긴장되어 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내 몸은 안 쪽으로 웅크리듯 굳어있는 형태인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들 하던데, 그래서인지 이렇게 온 몸에 힘이들어간 지난 십수년간은 마음도 경직되어 있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도 주변에게도 꽤나 빡빡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 자조할 때가 종종 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그렇게도 온 몸과 마음에 힘을 주고 살았나 하고 말이다. 




얼마나 오랜 습관인지 알길은 없다. 

몸에 배어버린 습관도 마음에 배어버린 습관도.

이렇게 배어버린 습관들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문득문득 불쑥불쑥 습관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고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어? 힘들어 갔네!'

라고 알아차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다물고 턱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힘을 빼본다. 

힘이 들어간 어깨가 귀에 닿으려고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하면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아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한숨부터 나오는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바로 달려들어 해결하려 들기보단 한걸음 뒤로 물러서 전체를 바라보려 한다. 


그러면 힘이 들어갔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크고 버거운 일이라 느껴졌던 일이 별 것 아니라 허탈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려면 알아차림이 먼저인 것 같다. 

알아채야 계속하던 멈추던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와 화해를 하겠다며 대화를 시작하고 내 안에서는 여러가지 욕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 동안은 당연한 것들이었고, 막연하게 언젠간 되겠지 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없던 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습관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다른 습관을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되지 않게

해 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조금은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어느 새 턱에 들어간 힘을 조금 빼 본다.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만 빼면 수많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 스티브 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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