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잡지사 기자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를 어떻게 안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강사들을 소개하는 코너에 기사로 싣고 싶으니 인터뷰를 좀 하자는 내용이었다.
"네? 저를요?"
이 뒤에는
'왜요?'가 생략되어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끔 이런 저런 작은 언론사들에서 후원비를 내면 인터뷰를 해 주겠다는 제안을 몇차례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경우도 비슷했지만, 조금 다른 것이 이 잡지가 내가 활동하는 기업교육 쪽 잡지라는 점이었고, 강의와 강사에게 집중된 매체라는 점이 조금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기업교육강사로써의 나를 조금은 담당자들에게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잡지의 이름이 소위 말해 이 바닥에 있으면서 한번쯤은 들어본 것 같은 그런 이름이었다는 점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왜 나를?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하루만 생각해 보겠다고 말을 한 뒤 전화를 끊고도 이 생각은 멈추질 않았다.
주위에 이런 경험을 해봄직한 강사님이나 이런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법한 분들께 상담을 해 보면서도 말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몇번의 강의를 개설해 진행해 본 적이 있다.
주로 기업이나 기관으로 강의를 나가는 것이 익숙한 나로써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 만났던 분들께도 말씀드렸었지만,
14년 째 강의하면서 나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 참 소홀했던 것 같다.
그저 소질이 없다고만 생각했었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늘 찾아주는 고객사가 있어 감사하다고만 여겼었다.
그런데 수강생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게요. 강사님은 참 자기 마케팅은 못하시네요. 좋은 강의 더 많은 사람이 들으면 좋을텐데..
마케팅 좀 하세요!!!"
마케팅 좀 하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남던지..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나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일에 소질이 없다.
이번 인터뷰 제안을 고민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내 스스로에게 확신이 부족하구나.'
자신을 알리는 일은 어느 정도 자기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고 나를 사랑하며 내 삶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해 놓은 일들(강의나 글쓰기, 사업기획 등)에 대한 자신이 없다.
아무리 주위에서 잘한다, 믿는다, 너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그 동안은 정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고, 아니예요~ 다들 이 정도는 다 하는데요 뭘~"
이란 나의 대답은 정말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게 겸손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반복되면 인정해 주는 그들의 말과 판단을, 그 마음을 부정하는 꼴이란 걸 알게 된 뒤로는 사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웅얼거릴 뿐이다.
"겸손이 지나치면 오만이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어쩌면 나는 그 동안 겸손의 탈을 뒤집어 쓴채 오만을 떨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내가 뭐라고 이런 인터뷰를 해도 되나?'
라는 생각과
'이게 정말 강사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라는 의문과 함께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언제쯤이면 내가 해 온 노력에 대해 당당하게 "나 이렇게 노력했노라고" "나 이정도 실력은 있노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