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좀 천천히 걷고 싶다
여름내 거칠었던 말씨를 털어내고
풀 한 포기도 함부로 밟지 않으려
기린의 발걸음으로 흙길을 걸어
르누아르의 그림 조각을 걸쳐 입은 나무 아래로 들어가
허락해 준다면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고
색이 되어 보고 싶다
아직은 올해도 변함없이 와준 당신에게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다
내년에도 또 똑같이 오기를
허락해 준다면
나는 화가의 그림 속에 잘못된 붓질이 아니기를
가을이 다 지나도록 땅 가까이 엎드려 기도하고 싶다
-미술사 수업이 끝난 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