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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Jun 03. 2020

일리아스(제11권)

아가멤논의 무훈


 
**파트로클로스 :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전우. 후에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해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장에 나서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인물.
 
“아트레우스의 아들(=아가멤논)은 고함을 지르며 아르고스인들에게 무장하도록 명령했고 그 자신도 번쩍이는 청동을 입었다.
전투는 백중지세였고 그들은 이리처럼 서로에게 덤벼들었다.
트로이아인들은 아르고스인들 앞에서 달아나기 바빴고 제우스가 그중 헥토르만은 구해냈다.
아가멤논이 적들을 무찌르는 모습은 마치 사자가 사냥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가 이리스를 보내 헥토르에게 말을 전하게 한다.
‘아가멤논이 선두 대열에서 날뛰는 동안에는 뒤로 물러서고 그가 창에 맞거나 화살에 부상당해 전차에 오르면 내가 힘을 주어 적군을 도륙케 하리라.’
이에 헥토르는 사기가 오르고 싸움을 격려해 혼전을 불러일으킨다.
마침내 아가멤논이 팔뚝에 창을 찔려 전차에 올라 함선들 쪽으로 달아나자 헥토르는 트로이아인들을 부추겨 아카이오이족에게 덤벼들게 했다.
수많은 백성들의 머리가 헥토르의 손에 쓰러졌다.
오직 오뒷세우스와 디오메데스만이 뒤돌아서 맞서 싸우며 버틴다.
디오메데스가 부상으로 전차에 실려 가버리고 혼자 남아 분투하던 오뒷세우스마저 부상을 당하자 메넬라오스와 아이아스가 그를 구하러 온다.
이때 알렉산드로스(=파리스)가 의사인 마카온의 어깨를 활을 쏘아 맞히고 네스토르가 부상당한 그를 전차에 태우고 도망가는 것을 아킬레우스가 알아본다.
아킬레우스는 곧바로 전우 파트로클로스를 보내 사정을 알아보게 하고 네스토르는 자신을 찾아온 파트로클로스에게 작전을 지시한다.
‘그대가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입고 싸움터에 나아가 트로이아인들을 물러서게 하면 지칠 대로 지친 아카이오이족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그 사이 적군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네스토르의 이 말을 아킬레우스에게 전하러 파트로클로스가 떠난다. “
 
<독후감>
아가멤논이 적을 찌르고, 헥토르가 적을 베는 장면은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사자는 강한 이빨로 어린 사슴의 목을 먼저 물어 바스러뜨린 다음 피와 내장을 모조리 먹어치운다. 꼭 그처럼 아가멤논은 적을 도륙하였다.’
‘마치 사냥꾼이 흰 이빨의 개 떼를 부추겨 야생의 수퇘지나 사자에게 덤벼들게 하듯, 꼭 그처럼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는 살인마 아레스와 같이 기상이 늠름한 트로이아인들을 부추겨 아카이오이족에게 덤벼들게 했다.’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인간사냥.
전쟁터에서 군사들이란 때론 맹수가 되기도 때론 먹잇감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존재이다. 눈 깜짝할 새 쫓기던 멧돼지가 사기충천하여 사냥개 무리 속으로 뛰어들어 공격할 수도 있는 곳.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곳. 전장은 인간성의 무덤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퇴로를 끊기고 혼자 남은 오뒷세우스가 소리쳐 동료를 부르는 장면이다.
‘세 번이나 그는 사람의 머리가 견딜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불렀다. 세 번이나 메넬라오스는 그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죽음을 예견하고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외침은 그의 오장육부를 통과해 자신의 한계를 넘은 소리를 내는 것이리라.
나도 아침마다 장엄함을 연출한다.
지각을 예견하고 내 운명도 아니건만 남(아들)의 운명을 거부하며 오장육부가 끓어오르는 소리,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함을 지른다.
“세 번이나 그녀는 사람의 머리가 견딜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불렀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세 번이나 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꿈결에 들었다. “
오뒷세우스를 만나면 오장육부의 안부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괜찮소?
 
부상당한 마카온을 실어 온 네스토르에게 시중을 드는 여인이 밀주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자세히 적혀있다.
애주가에게 그 과정을 알려주고자 한다.
<밀주 만드는 법>
1. 안주로는 술맛을 돋우는 양파와 노르스름한 꿀과 신성한 보릿가루가 제격이다.
2. 프람네 산 포도주로 만들어야 하나 소아시아의 서해안 앞바다에서 나는 포도주를 구할 방도가 없는 관계로 아무 포도주로나 시도해보자.
3. 포도주로 밀주(꿀과 메밀가루를 섞어서 빚은 술)를 만들고 나서 그 위에 청동 강판으로 염소 치즈를 갈아 넣는다. 플라스틱 강판밖에 없다고 포기하지 말자.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법. 염소 치즈가 문제인데...... 일단, 염소  젖을 구할 수 있다면 내게도 연락을 좀......
4. 그 위에 다시 흰 보릿가루를 뿌린다. 이렇게 밀주가 완성된다.
 
어떻게, 맛이 있겠는지?
쓰다 보니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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