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미 Jul 31. 2020

일리아스 (제23권)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



“온 도시가 비탄에 잠긴 한편 아카이오이족은 함선으로 돌아갔다. 아킬레우스가 지친 몸을 누이고 잠이 들었을 때 파트로클로스의 혼백이 그를 찾아왔다.
‘그대, 나를 잊고 잠이 들었구려. 아킬레우스여! 자, 어서 나를 장사 지내 하데스의 문을 통과하게 해 주오. 오오,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여! 내 뼈를 그대의 것과 갈라놓지 말고 함께 있게 해 주오,’
날이 밝자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이 이뤄진다. 아카이오이족은 해변 가에 장작더미를 쌓아 올리고 시신을 운구해와 눕혔다. 시신은 온통 그들이 잘라 던진 머리털로 덮였다. 아킬레우스도 자신의 머리털을 잘라 전우의 손에 놓아주었다. 재물로 바쳐진 동물들과 처형당한 열두 명의 트로이아 자제가 불구덩이 속에 내던져졌다. 헥토르의 시신만은 개 떼에게 먹이도록 남겨 두었는데 아프로디테와 아폴론이 보살펴 시신이 상하지 않도록 했다.
북풍과 서풍의 두 바람신이 밤새 사납게 불어 장작을 활활 불태웠다. 새벽의 여신이 바다 위에 퍼지자 마침내 장작더미의 불길이 약해지며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아가멤논이 찾아와 병사들과 함께 잿더미에 포도주를 붓고 아킬레우스의 바람대로 파트로클로스의 뼈를 주워 모아 황금 항아리에 넣었다. 이어서 그들은 돌 위에 흙을 올려 무덤을 쌓았다.


아킬레우스가 여러 가지 상품들을 내놓으며 백성들을 불러 모아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가 이어졌다.
첫 번째 전차 경주가 시작됐다. 다섯 명의 전사가 일시에 말을 모니 말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들판을 나는 듯이 날았다. 한바탕 경주 끝에 디오메데스가 승리한다.
다시 한번 아킬레우스가 상품들을 내놓고 또 다른 경기, 권투시합을 벌인다. 두 사람이 경기에 나서 한쪽은 인사불성으로 들려나가고 한쪽은 손잡이가 둘 달린 잔을 상품으로 들고나갔다.
곧 이은 레슬링 경기에서 아이아스를 이기고 오뒷세우스가 우승자가 되었다.
다음 달리기 경주에서도 오뒷세우스가 아이아스와 안틸로코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파트로클로스가 사르페돈에게서 빼앗은 무구들을 내걸고 창 겨루기가 시작됐다. 아이아스와 튀데우스가 나서 서로에게 덤벼들었으나 다칠 것을 염려한 아카이오이족의 만류로 둘은 상품을 나눠 갖고 경기를 끝낸다.
이어서 원반 던지기 경기가 이뤄지고 마지막 투창 경기는 이뤄지지 않고 누구보다도 뛰어난 아가멤논이 상품을 가져갔다. “


<독후감>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전사의 화장은 원시적인 어떤 감정을 건드린다.
‘사방 백 보의 장작더미를 만들고 꼭대기에 시신을 올려놓았다. 그 앞에서 수많은 가축과 황소들의 껍질을 벗기고 손질했다. 아킬레우스가 기름 조각을 떼어내 그것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시신을 싸고, 그 주위에 가죽을 벗긴 짐승들을 쌓아 올렸다. 그러더니 그는 말 네 마리를 장작더미 위에 힘껏 내던졌다. 왕이 기르던 개 두 마리를 죽여 역시 장작더미 위에 내던졌다. 이어서 그는 트로이아인들의 고귀한 자제 열두 명을 청동으로 죽이고 나서 불의 무자비한 힘을 불어넣어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게 했다.’


이어서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가 시작된다.
대 올림픽의 발상지가 그리스라고 하니 자, 우리도 이참에 그리스 사람들과 어울려 경기에 참가해보자.
저기 보이는 그리스 사람에게 가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경기에 참가하고 싶다고? 투지가 있는 젊은이구먼. 이리로 따라와 보게.
마침 전차 경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그리로 가보세.
규칙은 간단하네. 말 두 마리가 모는 전차에 올라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까지 빨리 돌아오면 되는 일이지.
앞서 질주하던 전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하는 를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 그는 운이 좋은 편이지. 뒤따라 달려오던 말발굽에 짓이겨지는 운수 나쁜 경우는 피했으니.
뭐? 오늘의 운세에 말을 멀리 하라고 했다고 망설여진단 말이지?
그렇다면 이리 와보게. 여기는 권투시합이 벌어지고 있어.
‘핏덩이를 토하며 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려 인사불성이 된’ 사람이 두 발을 질질 끌며 경기장 밖으로 끌어내지는 걸 보니 내키지 않는다고?
그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데도 말인가?
흠, 그렇다면 창겨루기는 어떨는지 모르겠군.
멀리 던지는 거냐고? 아, 그건 투창이고.
창은 사람에게 던지는 거지. 한 방에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가슴팍이나 목덜미를 노리면 되는... 데......
사람에게 창을 못 던지겠다고?(그럼 창은 뭐에 쓰려고 그러나 참 나.)
멀리 던지기를 겨루는 투창 경기가 좋겠다고?
드디어 자신의 종목을 찾아서 다행이구먼.
10점 만점을 받으려면 과녁 한가운데를 맞히면 되는 거냐고?
아, 그렇다네. 저기 발을 묶어 매달아 놓은 비둘기를 정확히 관통시키면 된다네.
뭐라고? 참가를 포기한다고? 아니, 뭣 때문에 그러나? 저기 귀한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전사의 명예를 포기할 셈인가. 거 어디 가서 그리스 사람이라고 하지 마시게!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하는 게 좋겠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나 따낸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라 해도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 테니.
설령 운수 대통해서 목숨이 붙은 채 경기에서 우승했다고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가장 훌륭한 자가 통 발굽의 말들을 맨 꼴찌로 몰고 오는구려. 그러니 그에게 이등 상을 줍시다. 그러는 것이 옳을듯하니 말이오.”
보다시피 순위는 주최 측의 농간으로 정해지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리아스(제22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