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불안이 찾아왔다

3. 잠귀신인 나에게 불면증이라니

by 케이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생리가 불규칙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한, 하루 이틀 차이는 있었지만 21일 주기의 생리는

불규칙으로 가득찬 내 일상에 유일하게 규칙적인 것이었다.

한두달 건너뛰는 경우가 생기면서 병원에 갔더니 폐경에 들어섰다고 했다.

불규칙하게 일이년 이어지다가 완전히 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별 다른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 나도 그럴 나이가 됐구나


2년 후 완경이 왔다.

그리고 함께 온 것이 있었다. 불면증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아예 잠이 오질 않거나,

잠이 들었다가 이유없이 깨서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했다.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야한다는 강박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문제였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잤고, 장소도 상관없었다.

비행기든, 기차든, 버스든

심지어 운전하다가 휴게소에 들어가서도 꿀잠을 잤다.

아침잠도 많았고, 가만히 냅두면 이삼일 정도는 밥도 안 먹고 잘 수 있었다.


연애할 때나 일을 할 때,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일단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났을 때 그 일이 크게 마음에 남아있지않으면 별 문제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그 일이 여전히 신경쓰이면 해결을 봐야했다.


잠은 나에게 스트레스 해소방법이었고, 문제 해결의 1차 방어막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불면증이 생기다니...

당혹스러웠고 고통스러웠다.

방송을 하면서 불면증에 대해 다룬 일이 있다.

그 때는 사례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잠이 안 오면 안 자면 되지 뭘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할까 잠이 올 때 자면 되잖아' 라고 생각했다.

막상 나에게 닥치니 그게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함부로 단정짓거나 판단하면 안된다)

당시 '저런 생각을 해서 벌받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들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엄마는 머리만 대면 자는 아빠가 부럽고 얄밉다고 했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불면증이 생긴 이유가 뭘까...

갱년기 증상의 하나라고 했다.

완경과 함께 온 갱년기는 나에게 두 불청객을 데리고 왔다.


불면증과 불안이었다.


불면증이 심해질수록 불안도 커졌고,

일상 생활 중 갑자기 불안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불안이 커져서 불면증이 오는 건지,

불면증 때문에 불안이 커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대면한 두 불청객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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