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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Dec 27. 2016

어떻게 지냈어?
책 읽으며 살았지~

오랜만에 추천하는 3권의 책

1. 1004번의 파르티타_이은희_단편 소설집


“부디 콩을 많이 드시고 착하게 사세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거보다 힘들다는 문학상 수상을 한 해에 두 군데서 수상한 작가가 있다. 정말 부럽다. 그러나 그녀의 글을 읽어보면 그 수상이 타당하게 여겨진다. 심사평에도 “당선작이 순식간에 결정됐다”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 갈고닦은 그녀의 작품 수상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수상작인 ‘선긋기’와 ‘1교시 언어 이해’를 읽었다. 어서 책으로 묶여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더없이 기뻤다.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이뤄진 ‘1004번의 파르티타’에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교하게 드러난다. 마치 내 감정을 엿본 것처럼, 어제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어 공감하게 된다. ‘1교시 언어 이해’와 ‘꿈꾸는 리더의 실용지침’은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하루 세 문제를 만드는 게 주 업무인 ‘이우리’가 문제지를 만드는 이상한 회사에 다니다 그 회사를 관두고 대체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를 곳에 들어가 또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꿈꾸는 리더의 실용지침’이다. 그곳에서 ‘이우리’는 정말 실용적인 내용만 들어 있는 자기계발서를 스스로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읽다 보면 안다. 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우리’가 나고,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이상하다’는 걸.


“실용지침: 판단이 어려울수록 판단이 절실한 때라는 점을 기억하라.”



2. 쓰기의 말들_은유_에세이_자기계발_글쓰기 


“반드시 저자의 전작이 궁금해질 것”


처음 끌렸던 이유는 ‘안 쓰는 사람이 쓰게 되는 기적을 위하여’라는 소제목 때문이었다. 이는 어떤 동기부여를 준다는 건데, 가끔씩 쓰기에 지칠 때 곁에 두고 순서에 상관없이 보면 좋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 펼쳤다가 단숨에 읽고 저자의 다른 책까지 섭렵하게 된 케이스. 단순히 글쓰기에 관한 책이 아니라 저자의 삶에 있어 영향을 준 문구들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실천해 보고 싶게 만드는 ‘귀한’ 책이다. 빈말이 아니니 쓰게 되는 기적을 맛보시길.


“글쓰기는 감각의 문제다. 남의 정신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정신은 낯설어 보인다. 들쑥날쑥한 자기 생각을 붙들고 다듬기보다 이미 검증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라면 나는 말리고 싶은 것이다.”




3. 약간의 거리를 둔다_소노아야코_에세이


“사는 게 그럭저럭일 때 들춰보면 좋을 책”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아니 한 번에 다 안 읽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작고 얇은 책인데 한꺼번에 읽어버리면 너무 아깝다. 작은 핸드백에도 쏙 들어갈 만큼 작고 가벼운 이 에세이는 한 페이지에 10줄 안팎의 짧고 울림 있는 문장이 모여 있다.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객관적인 행복을 좇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행복을 찾아 세상과 사람과 약간의 거리를 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뒤 욕실 책꽂이에 꽂아 놨다. 아주 잠깐의 짬이 날 때조차 읽고 나면 남는 게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 흔한 조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반복적으로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흔하고 자주 접하는 말이라도 우리는 늘 까먹고 후회하고 절망하니까.


“자기 행위를 타인에게 평가받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은 버둥거릴 수밖에 없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보내고 있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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