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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Apr 10. 2017

생각 없이 SNS 보는
시간만 줄여도...

책 읽다 말고 딴생각 하기

언젠가부터 우리는 짧은 말로 자신을 표현해야 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톱 페이지에서는 알기 쉽게, 또한 간결하게. 트위터에서는 140자 이내로. 면접에서는 일단 키워드부터. 아주 약간의 말과 작은 사진만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이야기할 때, 어떤 말을 취사선택해야 할 것인가.
<아사이 료 ‘누구’를 읽다가>



최근 문고본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는데 일조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유유 출판사가 유명해진 데는 디자이너가 한몫했다. 바로 그 인물이 이기준 디자이너인데 디자이너인 그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유유 출판사가 아닌 민음사에서 본인의 책을 냈다. (이게 핵심은 아니고) 어쨌든 그 책을 읽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숨죽여 킥킥거리다가 이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웃고 말았다.


회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무슨 결론이 났는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담당자가 알아서 두어 가지 변형 안을 보내는, 늘 같은 패턴에 이르는 회의를 세 시간씩 하곤 했습니다. 쓸데없는 회의로 버린 시간만 모아도 다음 생애를 살기에 충분할 걸요. 괜히 윤회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닙니다. (125p)


정말 그렇다. 비단 회의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쓸데없는 시간만 모아도 다음 생의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면 1, 2년은 족히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김민식 PD의 ‘영어책 한 권 다 읽어봤니?’를 읽다가 이런 문장을 봤다.


삶에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시간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팔아 돈을 만들거든요. 건강, 사랑, 행복 등 많은 것을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살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버는 방법 중 하나는 휴대전화를 끄는 일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휴대전화를 ‘비행기 탑승 모드’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122p)


알람이나 시계는 되고 SNS는 꺼지는 ‘비행기 모드’


여기서 포인트는 돈보다 중요한 게 시간이란 점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꿔 놓는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쓸데없이 휴대전화 보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 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책상에는 읽지 않은 책들, 즉 읽어야 하는 책들이 대여섯 권은 쌓여있다. 모두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들이다. 근데 통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이게 다 졸음과 휴대폰 때문이다. 졸지 않으려면 휴대폰을 보게 된다. 근데 이걸 한번 보기 시작하면 30분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간혹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정말 8, 90%는 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 없는 내용이 바로 SNS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온갖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내용들이 넘쳐난다. 가끔 (보기 싫어서) 일부러 스크롤을 재빨리 넘길 때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근데 왜 이걸 끊지 못하는지. 그런데도 왜 계속 보고 있는 걸까!

illust by 윤지민

일요일 저녁인 어제도 아이를 재워놓으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씻고 책 읽으면 딱이겠다 싶어 얼른 샤워하고 책 한 권을 들고 기분 좋게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았다. 근데 휴대폰을 갖고 앉은 게 화근이었다. 낮에 아이 보느라 못 봤으니 잠깐만 봐야지, 하고 보기 시작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무려 1시간 넘게 보고(시간은 왜 그렇게 잘 가는지) 잠이 쏟아져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책은 펼치지도 않은 채 잠이 든 거다.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이 들어와 제대로 누워 자라고 말해주는 바람에 설핏 깼는데, 시계를 보니 12시… 그런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짜증스러웠다. 일요일이 너무 허무하게 끝났으니, 정말 책에 나온 것처럼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꿔놔야 하는 걸까? 비행기 모드로 설정을 해 놓으면 시계나 알람은 작동하면서 전화나 메시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꺼진다. 이렇게 하면 전화의 방해도 막을 수 있고 쓸데없이 SNS 하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장 깨기 쉬운 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다 보니 스스로 이걸 잘 지켜야겠지만 말이다. 따지고 보면 잠깐 들여다본다고 켠 SNS 보는 시간만 모아도 하루에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못하니 과연 내가 책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쉬고 싶다면 진짜 쉬자


물론 살면서 모든 순간순간이 의미 있고 쓸데 ‘있어야’하는 건 아니다.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발견하게 되는 의미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매 순간이 의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얼마나 각박하겠는가? 우리는 그냥 단순히 쉬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따지면 쉴 땐 정말 쉬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차라리 잠을 이기려고 꾸벅꾸벅 졸거나 잠을 떨치기 위해 SNS를 보기보다 아예 눈을 감고 자는 거다. 자지 않으려고 30분 동안 안간힘 쓰는 것보다 10분 취침이 더 효과적인 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과감히 메신저를 꺼놓거나 휴대전화를 꺼 놓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내가 휴대전화 꺼놓는 사이에 뭔가 대단한 연락이 올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큰일이 생긴다면 휴대전화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연락해줄 것이다. 불안도 습관이란 말이 있다. 이것도 점차 없애야 한다. 나는 SNS를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게 나쁜 습관이라 생각한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나쁜 버릇을 없애는 방법은 좋은 버릇을 새로 들이는 거라고 했다.


‘습관은 습관으로 고쳐야 합니다.’


나도 오늘부터 저녁시간엔 휴대폰 설정을 ‘비행기 모드’로 바꿔놔야겠다. 그렇게 모아진 자투리 시간엔 반드시 오늘 저녁에 읽으려 마음먹었던 책을 단 몇 페이지라도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가장 깨기 힘든 약속이 나와의 약속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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