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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ul 27. 2017

꿀꺽꿀꺽, 그려지게 쓰자

다르게 쓰고 싶은 온라인 편집숍 카피라이터의 고군 분투기

사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오죽하면 아들 이름에도 여름 하(夏)를 넣었다. 성이 ‘한’인 남자를 만났으면 그냥 ‘여름’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그럼 ‘한여름’이 될 수 있으니까. 여름이 좋은 이유는 밤 때문이다. 여름밤 테라스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그 시원함을 무한 반복하고 싶다. 바야흐로 여름밤, 맥주의 계절이다. 오늘은 짤막한 문장으로 맥주잔을 팔아볼까 한다.


소설 속 문장:
“너, 밥은?”
“네. 벌써 먹었죠.”
그러냐 하면서 아버지는 캔 맥주에 입을 대더니
목젖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꿀꺽꿀꺽 마셨다.
<구보 미스미 ‘밤의 팽창’ 중에서>


이번 소설 속 문장은 전에도 다룬 적 있는 구보 미스미의 ‘밤의 팽창’이다. 그리 길지 않은 문장인데 시원한 맥주를 맛깔나게 마시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일반적으로 맥주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긴 한데, 바로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느라 목젖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렇게 맥주를 마실 때는 보통 500ml 이상의 맥주잔이 등장한다. 한 모금 갖고는 모자라기 때문에 몇 모금 연거푸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이 문장을 큰 맥주잔 파는데 응용하면 어떨까?



카피:
유난히 길고 더운 여름밤엔

이렇게 큰 맥주잔이어야 제대로입니다. 
목젖이 오르락내리락 꿀꺽꿀꺽,

더 취해도 되니까요. 


‘소설로 카피 쓰기’를 하면서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하는 말 중에 눈앞에 그려지는 텍스트를 써야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번 맥주잔 카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영상으로 CF처럼 보여줄 게 아니라면 목젖이 움직이는 모습을 고객이 상상하게끔 글로 이끌어줘야 한다. 우리는 이 문장을 보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즉 마시고 싶어 지는 거다.



*글에서 언급된 상품은 에디터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엠디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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