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미 Aug 10. 2017

필요할까 싶은 물건은
서정적으로 써보자

다르게 쓰고 싶은 온라인 편집숍 카피라이터의 고군 분투기 

편리성을 떠나 디자인이 평이하지 않고 독특한 점도 큰 장점인 제품도 있다. 그 제품이 가방이라고 할 경우 편하다, 넉넉하다, 가볍다, 이런 표현보단 뭔가 서정적인 공감으로 다가서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이런 가방을 사는 소비자의 경우 실용적이거나 합리적이어서 사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의 독특함으로 승부해야 되는데 이런 제품을 어필할 땐 독특한 감성을 꽂아주면 좋을 것 같다. 은희경의 단편집 ‘중국식 룰렛’에 수록된 ‘불연속선’에서 다음의 문장을 읽고 가방에 대한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해 밑줄을 그어놨다.


소설 속 문장: 
외출의 들뜬 기분이나 고단한 생활의 반복, 준비와 결심, 갖고 싶은 것 혹은 가고자 하는 곳, 취향과 변화.

그리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떠나야 할 시간이라거나 아니면 도망치고 또 사라지고 싶다, 같은. 어떤 형태의 것이든 가방은 움직임을 예고한다.
<은희경 ‘중국식 룰렛’ 중 ‘불연속선’에서>


문장에 이미 메인 카피에 응용할 수 있는 한 줄이 보인다. 움직임을 예고하는 가방. 특히 여자들은 그날의 복장에 따라 가방을 바꿔 들기도 하지만 기분에 따라 바꿔 메기도 하는데, 그런 여자들만의 감수성을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닌가 싶다. 햇살 좋은 주말 기분 좋은 데이트에 들고 가고 싶은 가방은 출근할 때 메는 가방보다 조금 작거나 튀어도 괜찮으니까, 그런 상황을 표현하기에도 적절하고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서 묻어나는 생활의 흔적 등도 좋은 공감 예가 될 수 있다.


완성 카피:
당신의 기분을 예고하는 가방, OOO
(제품명) (메인 타이틀)
주말 외출의 들뜬 기분, 준비와 결심, 취향과 변화.
그리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까지.
당신의 모든 움직임에 OOO (
서브 타이틀)


온라인 쇼핑몰은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한 줄 카피가 좋아서 시선이 오래 머물면 당연히 카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한 사람인 나도 그랬기 때문에. 유명한 자동차 회사 광고 카피나 화장품 광고 카피가 해가 지나도 계속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몰 광고 카피도 인상적이면 충분히 기억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단어나 쉼표 하나까지 신경 썼다는 걸 소비자는 다 아니까. 

개인적으로 일상적인 언어, 즉 우리가 흔히 대화에 쓰는 말글 활용을 좋아한다. 귀에 익은 건 눈에도 익숙하고 의외로 그런 건 그냥 지나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자주 들어서 평범한 것보다 단어와 단어의 조합을 신선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카피의 서브 카피에서 보이는 주말 외출의 들뜬 기분, 고단한 생활의 반복, 준비와 결심, 취향과 변화. 그리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도망치고 또 사라지고 싶단 생각까지. 이런 말들이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를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조합한 것일 뿐. 가방을 어필하려는 카피에서 ‘도망치고 또 사라지고 싶단 생각까지’라는 과감한 문장의 활용은 신선할 수밖에 없다.

카피 작법은 계속 시도해 봐야 한다. 낯설어도 해 보는 거다. 이런 카피를 제시했을 때 담당 엠디나 디자이너가 이상하다고 의견을 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바로 수정하지 말고 한번 더 본인의 뜻을, 해석을 어필해 보자. 이렇게 쓴 이유, 나의 의도가 명확하면 받아들여지게 된다. 카피라이터에겐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식상하게 쓰지 말자. 식상한 카피는 식은 커피만큼 텁텁하다.


이전 03화 불편했던 경험을 꺼내보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