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쓰는 글
우리는 최후의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각자 원했지만 상대방이 싫어해서 하지 않았던 걸 해보기로 한 것이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끝은 아니길 바랐다.
“그럼 넌 뭘 원해?”
“놀이기구 타는 거.”
난 반쯤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었다. 태생적으로 멀미가 심해 바이킹은커녕 다람쥐통도 잘 못 타는 나였다. 놀이기구 타는 걸 좋아하는 형진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형진의 최후 발언을 듣고 나는 말했다.
“그럼 난 공포영화 보는 거.”
반쯤은 오기였다.
“야… 그건 진짜 못해.”
“왜 못해? 그럼 뭐 난 놀이기구 타는 거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아?”
형진은 공포영화를 못 봤다. 굳이 돈을 내고 왜 그런 걸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물론 놀이기구일 때. 왜 비싼 돈 내고 멀미를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3년 사귀는 동안 서로를 위해 하지 않았던 것을 마지막에야 하려고 하고 있었다.
불현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애초에 다시 잘 해보고 싶은 마음 같은 거 없구나.’
씁쓸했다. 함께 보냈던 시간이 정말 존재하긴 했었나 싶을 만큼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뭐부터 할까? 놀이기구 타고 영화 보러 갈래? 아님…”
“하루에 다 하려고?”
“어차피 피차 하기 싫어하는 것들인데 빨리 해치우는 게 낫지 않아?”
해치우다니… 나는 더 이상 형진의 말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나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형진을 바라봤다. 마음을 좀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형진은 나와 달리 우리 연애의 재기에 대해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내가 이상했는지 형진이 물었다.
“아, 알았어. 그럼 영화 먼저 보고 놀이기구 타러 가. 됐지?”
푹, 하고 한숨이 나왔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그를 나는 이만 단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진아.”
“어.”
“우리 그냥 그만하자.”
“헤어지자고?”
“니가 싫어하는 거, 내가 싫어하는 거 마지막으로 해서 뭐하겠어. 그냥 관두자.”
말은 덤덤하게 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꾹 참으며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가려고?”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어깨에 둘러 메며 형진을 돌아봤다.
“니가 좋아하는 놀이동산,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라도 따라갔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안됐을까?”
이상하게도 형진에 대한 미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다음엔 롤러코스터, 바이킹,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타는 여자 만나.”
끝까지 멋있는 척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형진은 그런 나를 향해 말했다.
“그래, 너도 공포영화 잘 보는 남자 만나.”
너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