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미 Feb 26. 2018

그래서, 강의료는 얼마예요?

책 읽다 말고 딴생각하기 

엊그제 퇴근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 해 언니네로 갔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리로 퇴근한다. 대부분 남편이 야근을 하거나 형부가 회식이 있을 때. 그러니까 남자들이 없는 날이다. 언니랑 나는 치킨을 좋아해서 주로 그런 날은 치킨을 시켜먹는다. 그날도 어김없이 닭다리를 뜯으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형부가 얼마 전 임플란트를 했는데 보험이 적용돼서 돈을 백만 원이나 받게 생겼다는 말을 했다. 언니와 나는 같은 보험사에게 보험을 들고 있기에 혹시 나도 몇 년 전 임플란트를 했는데 적용되지 않을까 싶어 확인해 보니 치조골 이식을 했으면 나도 백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얼씨구나 웬일인가! 나는 내가 분명히 치조골 이식을 했을 거라 생각하고 확인 차 치료를 받았던 치과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를 받은 이가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하고 10여분이 흘렀다. 의사로 추측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나 당시 나는 치조골 이식을 하지 않고 그냥 했단다. 나는 재차 확인했다. 정말요? 정말 안 했나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단호히 네, 안 하셨어요,라고 대답했다. 내 백만 원. 공돈이 생긴다는 기대감에 그 돈으로 뭐하지? 했던 꿈같던 기대가 무참히 무너졌다. 


돈 이야길 해서 말인데 어제 통장으로 382,400원이 입금됐다. 2주 전 강의했던 곳에서 입금한 강의료다. 200명 청중 앞에서 1시간 강의하고 받은 금액이다.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몇 차례 경험하니 1시간 강의는 제법 수월했다. 많이 긴장되긴 하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면 1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처음에는 전문 강사도 아닌 나의 강의를 누군가 듣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에 마냥 신기해 돈 안 받고도 해줄 판이었다. (사실 그런 적은 없지만) 그러나 이것도 한두 번씩 해 보니 나도 모르게 강의료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 되었다. 대부분 강의 요청은 메일로 오는데 어떤 곳에선 친절하게 처음부터 강의료를 밝히는 반면 어떤 곳은 메일은커녕 미팅을 한 자리에서도 먼저 돈 이야길 꺼내지 않아 미팅이 끝나고 메일로 내가 어렵사리 물어본 경우도 있다. 그쪽에선 깜박했다면서 미안해하지만 어쨌거나 서로 가장 중요한 건 돈일 텐데 깜박할 사안은 아니지 않나? 그건 아마도 미룬 거겠지. 

내가 받는 강의료도 그렇고 프리랜서들이 일을 하고 건당 받는 수입도 그렇고 일을 의뢰받는 사람이 얼마 줄 거냐고 묻는 건 참 거시기하다. 따져보면 내가 일한 대가를 받는 거니 당연히,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게 맞는데 얼마인지를 물으면 마치 내가 너무 돈을 밝히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 거다. 실제로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더군다나 받을 금액이 적으면 안 하겠다고 거절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인데 마치 나 정도 되는 강사는 돈을 적게 줘도 무조건 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 한 업체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 의뢰를 해와서 금액과 시간을 물어본 후 내가 여태 해본 강의와 비교해보고 한참 적은 것 같아 강의 시간을 줄이던지 강의료를 더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정중히 답장을 했다. 매번 강의를 같은 내용으로 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요구하는 방향과 대상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도 시간과 공을 더 들여 다시 처음부터 강의 안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에선 내부 회의로 결정된 사항을 알려주겠다고 했고 결국 다음 기회에 '모시겠다'는 말로 무산되었다. 


강의료, 묻기 전에 말 좀 해주면 안 되나요?


‘일상기술연구소’라는 책에 보면 프리랜서의 일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는 사람이랑 일을 하면 더 돈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다거나 조금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선뜻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책 같은 경우 외주 비용이 십몇 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책이 나온 다음에야 돈을 주기 때문에 책 출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당장 손해 보는 건 프리랜서들이라는 거다. 나처럼 강의를 의뢰받는 사람 입장에선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내 주는 담당자가 가장 좋다. (아니 나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안 그러면 내가 이 이야기를 어느 타이밍에 꺼내야 하는지 통화 내내 조바심 내 하며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앞단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다. 강의료에 관해 이런 경우도 있다. 시간당 강의료를 책정할 때 기준 중 하나가 책을 몇 권이나 출판했는지, 그 책은 몇 쇄를 찍었는지가 포함된다는 거다. 강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경우는 그런 경우가 있나 보다. 당시 한 권의 책을 내고 그마저도 1쇄밖에 못 찍었던 나로선 가장 낮은 수준의 강의료를 받고 수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런 책정 기준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어제 퇴근길에 장문의 문자 하나를 받았다. 내용인 즉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을 매우 잘 챙겨 보고 있으며 함께 글쓰기 관련 모임을 진행하고 싶다는 거였다. 오늘 아침 담당자가 유선상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두 번째로 한 이야기가 강의료에 관한 거였다. (SO COOL!) 첫 번째는 강의 시간에 관한 거였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직 미팅 전이지만 쿨내 진동하는 담당자의 문의에 나는 만남 전부터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당신이 궁금한 사항은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강의료는 얼마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가 우울하다면 간지럼을 태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