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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Apr 03. 2018

싫은 사람 질량 보존의 법칙

책 읽다 말고 딴생각하기 

어딜 가나 왜 싫어하는 사람은 늘 한둘 씩 있는지 모르겠다. 부서가 변경되거나 자리가 바뀌는 일로 맘에 안 드는 B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옮긴 장소나 팀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이 또 나타난다. 그래서 어느 직장이든 이상한 사람은 한둘 꼭 존재한다고 했던가. 그걸 바로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돌아이가 퇴사하면 그만한 돌아이가 또 어디선가, 전혀 생각지 못한 부서에서 툭 튀어나온다는. 


회사에 얼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싫어지면 그의 목소리 혹은 큼큼 거리는 잦은 기침소리도 듣기 싫어진다. 이유 없이 싫은 건 아니다. 당연히 이유는 존재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의식하면 산다는 게 얼마나 지치고 짜증 나는 일인지 잘 알지만 싫은 걸 어쩌겠는가. 누구를 미워하면 가장 힘든 건 미움받는 사람이 아니라 미워하는 나 자신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루 종일 그 인간과 말 한마디도 섞지 않는데 이렇게 괴로운 걸 보면 나 스스로 고통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 십수 년이 지나도 이와 같은 고민은 끝이 없다. 허기사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갈등과 고민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하겠지. 근데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부터 늘 이런 대인관계에 대한 갈등을 안고 살았던 걸 감안, 이쯤 되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미워하는 상대방도 백 퍼센트 나를 싫어하고 있을 것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서 친한 동료와 밥을 먹었는데 그 동료가 건너 들은 이야기라며 해준 말이 A라는 직원이 내가 육아휴직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약간 욱, 하긴 했으니 그 사람이면 그런 말을 할 만도 하지, 하고 넘겨버렸다. 왜냐하면 나도 그 사람이 빨리 여길 관뒀으면 하고 바랐으니까. 원인 없는 결과 없다. 나도 꽤나 미움받고 있는 모양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 신경 쓰여 죽겠는데 그는 저기 어디쯤에서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든다. 너 까짓 게 날 미워해도 난 개념치 않아,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왜 그 사람은 늘 웃고 있는 걸까? 내 목소리는 왜 이유 없이 점점 작아지는 걸까? 그렇게 웃음 소리나 말소리가 듣기 싫어지면 이어폰을 꽂는다. 조용히 하라고 하지 못할 테니까. 

어떻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모두가 좋아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사람일지라도 어딘가에서는 그의 단점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속으로 되내는 말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모두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면 한 가지는 보장할 수 있다. 굉장히 피곤한 삶을 살아야 한다. 타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삶이 그렇듯 거저 되는 건 없단 뜻이다. 


적당히 미움받고 적당히 사랑받는 게 최선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마음먹어야 한다. 안 좋은 감정을 내 속에 담아 두지 말자. 안 좋은 에너지는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상대를 미워한다고 해서 내가 기운 날 리 없다. 누군가 미워지기 시작하면 안 좋은 생각이 머리나 마음에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내 인생에서 마지막인 오늘을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썰물 빠지듯 잡념들이 깨끗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미적미적 남아서 나를 힘들게 한다. 

그렇게 남은 찌꺼기들을 털어버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도 닦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속 편한 사람은 남 신경 안 쓰는 사람이다. 자기가 우선인 인생이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나 좋으면 그만이다.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보니 그런 사람이 더 잘 먹고 잘 살더라. 어찌 보면 그 사람이 현명한 거다. 구구 절절 남에 의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삶 너무 구차하고 지겹다. 아 홀가분해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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