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 러닝은 일순간에 불과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by 김민우

고등학생때 러닝을 잠시 했었다. 이 잠시라는 것을 청춘에 적용하면 으레 몇 개월은 되어 보이는데 1주일이다. 기껏 러닝화도 사고 나이키의 좋은 의류도 샀는데 왜 그렇게 난 적게 달렸나. 지금 생각하면 난 건강도, 나를 위해서도 아닌 겉보기를 위해 달린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 집은 수영강 변에 닿아 있었다. 동래구와 해운대구가 나뉘는 다리 아래 놓여진 수영강을 달렸는데, 난 러닝을 하는 나 자신에 굉장히 심취해 있었다. 어설프게 영상을 대충 보고 러닝화를 신고 페이스 유지나 그런 것도 모른 채 달리기만 했다. 아마 달리기만 했던 거리는 1km도 안 되었으리라. 그렇다고 온 힘을 다해 달렸던 것도 아니다. 다만 페이스 유지라는 것을 아예 몰라 4분대로 뛰다가 뻗었으리라고 추측된다. 그러고 집에 와서는 헉헉 거리며 내가 무엇이라도 된 것 마냥 샤워를 했다.


그런 점에 있어 그때의 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모욕이었으리라. 열정만 가득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난 달리기를 가느다란 눈으로 쳐다본 것과 다름 없다.

물론 고등학생 때의 나는 충동장애를 앓고 있었을 뿐더러 조울증의 증세도 있었기에 이를 보며 감안할 수 있겠지만 역시 그래도 난 모욕이었다.


생각해보면 난 거의 모든 것에 겉보기에 불과했다. 미술도, 러닝도, 철학도, 독서도. 허영심이 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의 허영심은 도를 좀 넘었다. 허영심이 발단이 되어 깊게 파고드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나의 이 허영심은 내가 병이 왔을 때가 와서야 끝이 났다. 그래, 이 지긋지긋한 정신병 말이다.

이제야 사색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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