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KENSTOCK ARIZONA EVA
비 올 때 신기 좋다고 해서 산 슬리퍼인데,
이제는 여행 짐을 쌀 때 필수로 챙기는
비장의 무기입니다.
12년 전 즈음에 사서 한 참 잘 신고 다녔습니다만,
솔직히 고백하면 몇 년 전에 버리려고 했었어요.
밑창도 많이 닳았고, 유행도 끝난 것 같아서요.
수 십 번을 고민하다 버리지는 못하고
지퍼백에 넣어 신발장 구석에 봉인해 두었습니다.
그 이후 언젠가의 여름휴가 때
쪼리를 신고 오래 걷다 발가락이 심하게 까져 한 달 넘게 고생한 후
그다음 해 이 신발의 봉인을 풀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신은 채로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뜨거운 모래사장을 걷는 것도,
오르막 길을 오르는 것도,
1만 보 이상 걷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봉인되어 있던 몇 년 동안
이 신발 만의 마력이 업그레이드된 걸까요?
버리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싶어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이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신발이 돼서
해가 갈수록 점점 바닥이 닳는 게 마음이 아플 정도입니다.
아쉬움과 고마움이 무색하게 지금 이 신발은
현관에서 굴러다니고 있네요.
내년 여름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오늘 당장 깨끗하게 잘 닦아서 넣어두어야겠습니다.
더불어 내 곁에 오래도록 함께해 주는 존재들을
더욱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2025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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