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도 재능이다

재능도, 허리디스크도 없지만...

by 맛있는 하루

다시 수영을 시작한 지 십년 만이자, 매일 자유수영을 간지 1년이 되었다.


허리디스크는 다 닳아 없어진, 퇴행성 변형디스크 보유자다. 허리 사진으로는 80대라고 한다. 낡아빠진 척추를 지지해 줄 근육조차 없으니, 조금만 피곤해도 허리에 식칼이 꽂힌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일 년 전만 해도, 자유형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걷고. 배영 한 바퀴 돌고, 걷고. 10바퀴, 20분 수영하고 와도 떡실신이 되었다.


허리 통증이 조금 올라오면 집에서 쉴까 하다가도 수영을 갔다. 오늘은 살살만 돌고 오자 하고 돌았다. 통증이 있다는 것을 뇌에서 인지하니, 몸이 저절로 힘을 빼주어 물에서 쭉쭉 미끄러져나갔다. 통증 덕분에 몸에 힘을 빼고 물살을 가르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올 봄, 발목을 접질렀다. 허리에 신경쓰기도 바쁜데, 발목쯤이야 알아서 낫겠거니 했다가 절뚝이 신세가 되었다. 이제 수영을 좀 쉴까 하다가, 풀부이를 끼고 팔로만 수영을 해봤다. 풀부이는 허리와 골반에 부담을 주었다. 이제는 진짜 땡땡이 칠까 하다가, 풀부이 없이 해보자고 발에게 명령을 내렸다.


"발차기는 안 돼. 발이 묶여있다고 생각해. 팔로만 수영을 할 거야. 어차피 팔로 물을 가르는거야. 발은 거들 뿐, 그냥 없다고 생각해."


오... 또 된다!!!


발차기 없이, 두 달 수영을 했다. 팔로만 수영을 하다보니 물잡기, 캐치, 온몸 롤링이 늘었다. 큰 근육도 사용하게 되었다. 발차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자유형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니, 발차기 안 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라요?"

"속도가 더 빨라지신 것 같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자유수영 오는 회원님들의 칭찬에 업이 되어 더 열심히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분이 물어보셨다.


"발차기도 크게 안하고, 쑥쑥 앞으로 나가는 비법이 뭐예요?"






비법은 꾸준함이다.


허리 통증이 있어도, 어제보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땡땡이 치지 않고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나의 비법이다.


통증이 있으면, 천천히 몸에 힘을 빼고 떠다니기. 발목이 아프면, 발차기를 하지 않고 팔로만 물살 가르기. 잠을 못 잤으면 열 수영하고 뻗어자기. 만사 귀찮으면 씻으러만 갔다가 수영하기. 우울하면 수영하며 기분 풀기. 화가 나면 물속에다 화풀이해야 하니 수영가기.


내게는 특별한 재능도, 건강한 허리도 없다. 오죽하면 허리 때문에 평영과 접영은 배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꾸준함'이 있다.

그 꾸준함으로 나는 나만의 자유형과 배영을 완성하는 중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없는 꾸준함나만의 특별한 재능이다.


남들과 비교해 나에게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장착해보자.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꾸준함의 힘이다.

꾸준함도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