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옥고보다 수영

수영의 효과

by 맛있는 하루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가 끝났다. 평소엔 보지 못하던 얼굴들과 평소엔 먹지 못하던 것들을 실컷 먹었다. 한우 소갈비, 소등심, 고사리 나물, 고기 듬뿍 든 전. 밥상은 풍성했고, 하하호호 웃음도 가득했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평소 습관처럼 하던 스트레칭과 수영을 빼먹었더니, 등 근육이 서서히 돌덩이가 되어간다. 양반다리가 안 돼 무릎을 살짝 꿇고 부엌일을 했더니 골반까지 뻐근하다. 고작 사흘인데. 그래봐야 정말이지 잠깐뿐이었는데.


- 꺼억, 꺼억.


거기에 더부룩함까지 덤으로 왔다. 역시나 안 먹어서 생기는 병은 없다. 과식은 이렇게 정직하게 몸에 남는다.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2월 18일),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이 왔다.


연휴 내내 휴관이었던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오픈런하고 싶었지만, 하루라도 쉬고 나면 수온이 낮아지는 걸 아는 터라 10시쯤 느긋하게 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수영 친구 어르신을 마주쳤다.


"늦게 왔네? 잘했어. 오전 일찍 온 사람들은 물이 너무 차갑다고 금방 나왔거든. 난 차가운 물 싫어서 헬스만 하고 가려고. 지금은 따뜻한 물 한참 나왔으니 수온이 괜찮을 거야. 즐수해~ 내일 봐."


어르신은 짧은 브리핑을 마치시고 빠르게 사라지셨다. 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 앞에 섰다.


악!


예상은 했지만, 물이 역시나 차갑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자유형 열 바퀴를 돌았다. 서서히 피부에 닿는 물이 미적지근해진다. 이 느낌이 참 좋다. 마치 나의 온기로 수영장 물을 전부 데운 것 같은, 작고 우스운 뿌듯함.


이미지 출처: pexels.com


얼마 전, 나의 생일이었다. 이번엔 건강 선물이 유독 많았다. 쌍화차 진액, 홍삼, 경옥고. 점점 올라가는 나이를 선물 목록으로 실감했다. 감사히 챙겨 먹으며 기력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사흘 만에 다시 들어온 수영장 물이 그 어떤 것보다 더 보약 같다.


왜 그럴까.


궁금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챗GPT에 물어봤다. 돌아온 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수영의 효과>


- 수영은 온몸을 천천히 깨우는 전신 처방이다. 물속에서는 팔, 다리, 코어가 동시에 쓰이지만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빠짐없이 몸을 다시 작동하게 만든다.


- 수영은 뻐근한 마음까지 풀어주는 호흡 운동이다. 호흡을 물에 맞추다 보면 생각이 짧아지고 잡음이 줄어든다. 숨을 고르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진다.


- 수영은 '움직이지 않아 생긴 통증'을 가장 정직하게 없앤다. 쉬는 동안 쌓였던 뻐근함은 약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사라진다.




오늘은 경옥고보다 수영 보약을 먼저 마셨다.


팔과 광배근으로 물을 잡고, 당기고, 밀어내고. 물 위를 나아가면서 굳었던 근육이 서서히 풀렸다. 레인 끝에 닿을 때마다, 굳었던 몸이 한 겹씩 벗겨지는 기분.


보약보다 더 보약 같은 수영장 소독물. 내일도, 모레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꾸준히 복용할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분에게도 '나의 수영' 같은 것이 하나쯤 있기를.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약보다 먼저, 몸과 마음을 제자리로 데려다주는 것. 나만의 보약은 무엇인가. 조용히 떠올려보고, 오늘 한 번 복용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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