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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Feb 12. 2019

딸내미의 유래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 글]

_커피 한 잔, 알싸한 시나몬 가루 솔솔



엄마는 종종 나를 딸내미라고 부른다.
그게 너무 익숙해서 나 역시도 왜 그렇게 부르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한파가 몰아닥쳐 이불 밖이 위험하단 것을 북극 한기가 친히 남하해 알려준 그런 날이었다. 3 삼 4 온이란 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제는 13 한 2 온이 될 거라는 기상청 예보를 들으며 엄마랑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고 있었다.

“딸내미야. 엄마, 귤 좀 줘.”
“... 응. 근데 엄마.”
“뭐?”
“왜 꼭 딸내미라고 불러?”
“......?”

엄마는 내 질문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 역시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오히려 귤을 든 채 황당한 엄마의 표정이 재미있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집요하게 물었다.

“왜? 왜 딸내미야? 유미야~ 해도 되고, 딸~ 해도 되고 우리 딸~ 해도 되잖아.”
“...... 우물우물.”

엄마는 천천히 귤껍질을 다섯 장의 꽃잎 모양으로 깐 후 노란 알맹이를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입 안에 가득 신 맛이 도는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나는 그런 엄마의 오물거리는 입을 보며 내 손에 들린 귤을 보았다. 엄마처럼 다섯 장의 꽃잎 모양으로 껍질이 가지런히 제거된 노란 알맹이가 반 정도 남아 있었다.

“우리 엄마가 날 그렇게 불렀는데. 그래 선가보다.”

손안에 남은 귤 알맹이를 입에 가져가려던 참이었다. 엄마는 입 안의 귤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어색한 단어에 이번엔 내가 잠시 황당하고 말았다.

“우리 엄마? 할머니?”
“그르치. 느이 할머니.”
“오......”

나는 조금 당황했던 것 같다. 내가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우리 엄마라고 부르는 존재가 있는 건 당연한데, 가끔 사람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마주치면 오히려 그 당연한 새삼스러움에 선뜩하니 놀라는 모양이다. 할머니가 엄마를 딸내미라고 불러서 엄마도 나를 딸내미라고 부른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내리사랑의 이치를 알게 됐달까. 음,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 손에 있는 남은 귤 알맹이를 엄마 입에 쏙 넣어줬다.

“아이고, 너무 시다.”
“응. 그러니까.”

나는 귤을 두어 개 더 집어 들고 쪼르르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딸내미란 단어를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으레 딸을 낮잡아 부르거나 그냥 친근하게 표현하는 말인가 싶었는데 예상 밖의 해설이 튀어나왔다.

딸내미 : 딸을 귀엽게 부르는 말.

아.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어지간히 귀여우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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