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을 바꾸면서 몸의 변화
‘인격과 감정은 음식물로도 쉽게 변할 수 있다.’
당질을 끊으면 ‘순간’이 아닌 진정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당을 끊는 식사법-
10여 년 동안 독립생활에 지쳤고, 결혼을 해도 바쁜 직장생활에 끼니를 때우기 바빴다. 늘 외식,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요리실력은 제자리걸음이고, 나에게 재료를 사고, 손질하면서 레시피를 보며 양념장 하나에 몇 스푼을 넣어야 되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시간이었다. 밖에서 사 먹던 입 맛에 익숙해지다 보니 간이 다 약한 것 같아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는 신선도를 잃어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향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병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식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하면서 어릴 땐 싫어했고, 몰랐던 맛을 이제야 알게 된다.
잡곡밥에서 콩만 골라내고, 나물은 젓가락이 가지도 않고, 짜다고 멸치도 안 먹고, 된장은 특유의 향 때문에 별로 안 좋아했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엄마를 뵈러 가면 대충 차린다며 따뜻한 밥과 집 된장, 제철 나물, 잔잔한 멸치볶음, 국물김치에선 오래 씹을수록 달달하고, 쓰고, 고소함이 입 안에서 노래를 부르듯 다양한 맛에 향기가 느껴진다.
이제 입 맛이 확실히 바뀌면서 맵고, 짠 음식 먹으면 몸이 수분으로 가득 차 불어난다. 그래도 가끔 먹으면 맛있다며 먹다가 평소에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은 집에서 만든 찬들로 배를 채우면, 내 위장에게 덜 미안하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도 건강한 육신에게는 이물질일 수 있다. 영양제에 모든 것이 압축되어 바쁜 현대사회에선 먹는 게 귀찮아 많은 약으로 영양소를 대체한다지만, 난 음식으로 먹고, 마시는 즙보다 씹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이렇게 먹다가도 가끔 고칼로리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지금은 배달로도 집에서 편하게 먹고, 외식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돈가스, 피자, 짜장면, 햄버거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날에만 먹던 음식이었다. 졸업식 날 먹었던 귀한 짜장면, 피자는 이제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보니 맛집을 탐색해가며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과자 하나도 귀해 어린이날에만 받을 수 있는 과자 선물 세트. 아껴먹는다고 빨아먹기까지 했던 과자는 예전과 달리 너무나 다양해진 디저트 가게와 레스토랑으로 가득하다. 맛 집들이 넘쳐나는 지금, 생일에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생크림 케이크는 머나먼 시대의 이야기 같다.
대학생 때 처음 스타벅스가 생겨나고, 처음 맛보던 아메리카노는 씁쓸하고, 한약 같기도 하고, 흙 맛이 나는 이 커피를 무슨 맛으로 마시냐며 달달한 카페라떼를 마셨었다. 지금은 달아서 못 마시는 휘핑크림 가득한 라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원두향이 느껴지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 카페들 속에서 싸구려 커피보단 가격이 나가더라도 제대로 된 원두로 내리는지 확인하며 찾아다닌다.
이젠 어릴 적 먹던 귀한 음식들은 넘쳐나고, 공장에서 찍혀 나오던 냉동식품과 요리를 못해도 간편하게 조리만 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뭘 넣은 건지 알 수 없고, 넘쳐나는 맛집에서 어떤 식재료로 만드는지 믿을 수 없다.
쉽고, 편하고, 빠르게 모든 게 변화되면서 귀찮지만, 느리고, 천천히 요리하는 슬로 푸드가 다시 유행한다.
지금의 '럭셔리'는 화학적인 것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을 위해 살아가는 행동이라고 한다.
집에서 만들어주신 정성스럽고, MSG 없이 만들어주시는 된장, 고추장, 심심한 나물과 반찬이 건강한 재료인 줄 알면서도 편함을 찾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아오다가 이젠 자연에서 나온 재료들로 만든 착한 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먹다 남아 대충 넣어둔 배달음식, 포장음식들이 냉장고에 쌓여있다가 발견한 엄마표 고추장에 달걀프라이 하나, 열무김치, 밥과 참기름만 넣어도 이렇게 맛이 깊을 줄이야.
이제야 알게 된다.
간단하게 끼니만 때우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먹는 걸로 이렇게 몸을 변하게 만들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