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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May 17. 2022

26 배신감 느껴지는 요리

요리와 조리 사이

깨끗한 음식으로 평소에 먹다가 오랜만의 외식은 맛있게 음식을 먹기 위해 검색하고 찾아간다. 만족할 때도 있지만, 수많은 리뷰와 화려한 디스플레이에 혹해서 들어갈 때도 많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입 맛을 맞추기란 힘든 일이다. 잡지에도 실리고, 매스컴에 나오며, 리뷰가 좋다는 건 대중의 입 맛을 잡았다는 의미도 있다. 똑같은 음식의 맛을 유지한다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맛있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손님에게 내보이는 건 주인의 얼굴이자 그 식당의 자존심일 거다. 그래서 음식은 장사가 아니라 정성이라고 하나보다.


외식의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던 세대에 태어나서 졸업식, 생일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겨우 먹을 수 있는 게 짜장면과 돈가스였고, 아버지 월급날에 치킨과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사춘기 시절 피자헛, 미스터 피자,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이 생겨나고, 처음 맛 본 피자는 정말 신세계였다. 시간이 지나 고기 뷔페까지 생겨나 일주일에 두세 번은 외식을 했고,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되고, 이젠 온라인으로 새벽 배송하는 시대에서 반찬도 쉽게 사 먹을 수 있고, 스파게티나 피자도 밀 키트로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조리해서 먹는 시대에 굳이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건, 미식의 행복이지 않을까?



음식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가른다.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소화를 못할 때까지 먹거나 취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은 먹을 줄도 마실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요리사의 가장 필수적인 자질은 시간 엄수다. 그것은 동시에 손님의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브리야 사바랭(프랑스, 1755~1826)이 남긴 미식에 관한 유명한 어구들 중에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려면 SNS에서 맛집을 알게 되면 찾아가고, 여행을 가서도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가게 된다. 처음엔 매스컴에 실린 식당이라 하면 믿고 들어갔으나 돈을 주고 실렸다는 설로 블로그나 SNS에서 검색하는데, 이것 또한 믿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한국의 미식 문화가 발전되면서 커피와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공부한 셰프들이 한국에 들어와 이탈리안으로 대표되는 서양 음식, 프랑스 요리, 일식과 중식 등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되고, 2005년에는 우리나라도 최초의 맛집 가이드북 '블루리본'을 발간했다.


미식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주관적인 이지만,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의 맛을 즐기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같이 먹는 사람, 그리고 서빙하는 사람의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한 끼를 때우기보다 어디서 / 무엇을 / 누구와 함께 먹는가에 따라 영감과 자극을 받고, 때론 위안을 받기도 하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해 줄 때도 있다. 나 또한 음식에 미치는 행복이 크기에 주말이 되면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더 좋고, 하루가 보람되어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검색해서 리뷰를 보고, 화려한 플레이팅에 속아 들어가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한다. 일본 가정식의 수수함보다는 약간 화려함에 반해 입 안으로 넣는 순간 뻔한 육수에 너무 차가워서 메밀향은 느낄 수 없고, 불맛 내려고 한 파와 무순, 도톰한 연어는 어울리지 않아 따로 놀았다. 대표 메뉴로 주문한 히레카츠 카레는 밥이 너무 많고, 소스는 간이 강해서 인위적인 맛이 났다. 추가로 주문한 냉동 새우에 두껍게 올라간 밀가루 옷은 마치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 건지 기분이 나쁘기 시작한다.


음식을 요리하지 않고, 조리하는 장사꾼은 식재료의 본질보다 겉모습에 치중한다. 체인점도 아니고, 작은 가게인데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먹거리에 속을 때면 기분이 나쁘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데다 예약은 안되고, 웨이팅까지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되었던 곳이다. 이탈리안 가정식이라고 하면 왠지 정성이 깃들 것 같아 부푼 마음으로 어머님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는데, 또한 익숙한 맛이 나서 안에 뭘 넣은 건지 뒤적이게 되었다.  


내 입맛이 까다로운 것인지 맛있다는 리뷰 속에서 난 새우 카레와 크림소스가 특별하지 않고,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천장이 낮아 손님들의 대화 소리로 인해 음식을 즐길 수가 없었던 곳이다. 줄을 서서 먹은 보람이 없고, 이렇게 먹은 날이면 커피와 디저트라도 맛있게 마시기 위해 또 찾아 나선다.

드라마나 유튜브에 음식점이 나오게 되면 그곳은 핫한 장소로 바뀌게 되고, 원래의 맛이 사라지기도 한다. 매번 찾아갈 때마다 웨이팅이 있어서 어렵게 찾아간 곳인데, 감동을 받을 만큼 특별한 맛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약간의 실망을 한 날이었다. 광어회와 묵은지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이 날의 날씨와 분위기가 좋아 다른 안주들도 주문했다.

할머니 집에 방문한 것 같기도 하고, 친구 집에 초대된 듯한 컨셉을 가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과 안주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탓에 다른 곳을 헤매게 만들었다.


조리사 자격증 없이 음식점 오픈이 가능해서 그런 건지 장사로 접근해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마인드는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다.


아직 미식가 수준은 아니지만, 자연이 주는 식재료를 대충 그릇에 담아놓는 개념이나 허기진 배를 때우는 행위보다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고 미식을 즐기며 음식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 식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요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까.


만들어진 음식을 조리하는 음식점이 아닌, 자연이 주는 식재료로 정성을 담아 요리하는 곳에서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고 싶은 음식점을 가고 싶다. 소비자들이 많이 알아야 장사꾼이 하는 음식점은 망하고, 제대로 하는 음식점만 오랫동안 살아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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